지난 일요일, 모처럼 소백산 등반 길에 나섰다. 밀린 숙제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소백산에 가고 싶었다. 몇 번을 가도 좋은 소백산, 여러 가지 일상을 제쳐두고 떠났다. 그 간절함 때문에 그날 하루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경북 풍기 방면의 비로사에서 정상을 올라갔다가 충북 단양의 천동 방면으로 내려왔다. 겨울 산에서부터 봄 산에 이르는 대향연을 즐겼다.봄바람, 움터 나오는 새순과 피어나는 꽃에서 생명의 환희와 강렬한 삶의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비로봉에 이르는 길은 아직 겨울 산의 모습이었다. 나목의 겨울 나무가 그대로 있었다. 앙상한 진달래와 철쭉나무는 곧 피어날 희망을일깨워 주었다. 봄바람소리가 좋았다. 천동으로 내려오는 길은 남향이라 또 다른 모습이었다. 주목 단지 주변의 희고 노란 야생화, 낙엽송의 새순과 맑은 공기,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삶의 흥겨움을 더해주었다.
등산과 인생은 닮은꼴이 아닐까! 오르는 길은 숨이 가빠져 힘들 때도 있긴하다. 그러나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기쁨, 후련함을생각하며 묵묵히 간다. 마침내 오르는 정상정복! 이 꿈은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어려움들을 여유롭게 맞이하게 한다. 지나간다는 믿음과 의지를 지니게 한다. 곧 기쁨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또 한가지, 산을 오를 때 숨이 가빠져 내 쉬는 그 긴 호홉을 좋아한다.
내 안의 온갖 해소되지 않은 불순물을 다 토해낸(exhale) 다음 신선한 공기를 들여 마시는(inhale) 작업은 나를 새롭게 한다. 나에게서 떠나 하느님의 기운을 받아들여, 그 뜻을 따르리라는 나만의 신앙 고백이기 때문에….
연초록빛 푸른 나무, 밝은 햇빛과 청량한 공기는 누적된 긴장과 피로를 해소해주어 얼마나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지! 엔돌핀이 마구 쏟아지는 듯 흥겨운 노래가 절로 나왔다. "야훼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란 풀밭에 이 몸 뉘어 주시니~". 시편(23) 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은 선물이요,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준다. 하느님의 사랑이 나로 하여금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게끔 재촉한다.
이점숙(수녀.가톨릭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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