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걸씨, 미국시민권자 맞나?

입력 2002-04-19 14:42:00

이 무슨 '깜짝 쇼'인가? 소송 및 폭로중단 대가로 이신범 전 의원에게 '66만달러의 합의금'을 써준 대통령 막내아들 홍걸씨의 통큰 배포가 세상을 놀라게 한 게 겨우 어젠데, 오늘은 또 97만달러짜리 주택을 사면서 60만달러를 융자받기 위해 미은행 융자서류에 '미국시민권자'로 기재, FBI가 융자사기혐의로 수사까지 나섰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이들 말로 '국제망신'이다. 아버지가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그 아들들은 그에 걸맞은 처신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할 터인데, 세 아들이 경쟁하듯 '게이트' 의혹에 휘말려 있으니 '김현철 황태자'이후 이 나라의 상류층 아들들은 그들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아예 내버린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걸씨가 2000년 6월 LA 주택구입 융자서류를 작성할 당시 융자요건에 맞추기 위해 '당신은 미국시민이냐?'라는 항목에 '예'라고 표시했으며, '영주권자인가?'라는 항목엔 'No'에 체크했다는 것이다.

단지 융자를 위한 거짓말이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바로 한국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이신범 전 의원에게 준 10만달러, 1억3천만원이 자기 말대로 외가친척에게서 빌린 돈인지, 30대 초반에 무슨 돈으로 샀는지 모르지만 자기 명의의 일산 땅을 판 돈인지, 아니면 구속된 최규선씨가 뒷돈 대어줬다는 그 9만달러인지 등등 의문투성이 판국이 아닌가?

홍걸씨가 진짜로 미국시민권을 갖고있다면 대통령아들의 '이중국적'이 문제가 되고, 갖지 않고서 허위기재했다면 미국 법을 속인 것이 된다. 그래서 홍걸씨의 '시민권' 진위 문제는 가뜩이나 첨예한 대선정국에 엄청난 파문거리다.

야당총재이자 대통령감 1순위였던 이회창씨를 하루 아침에 궁지에 빠뜨린 악재가 바로 103평짜리 '빌라'와 큰며느리의 미국 원정출산이 아니던가. 야당총재는 아직 뱃속에 든 손녀의 국적까지 물고늘어지는 여당이 대통령 아들의 국적소동에는 먼 산 쳐다보기라면 참으로 낯간지러운 일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