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문희갑 대구시장 비자금 의혹 수사가 한달이 가깝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하순 수사착수 초기에는 비자금 문건 공개자 김진영씨 소환, 비자금 자료 압수수색, 문건작성자 이광수씨 긴급체포 등 발빠른 행보로 수사를 진척시켜 이번 사건이 의외로 빠른 시일내 마무리돼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달들어 수사가 답보를 거듭,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검 정현태 1차장검사는 17일 "비자금 문건에 등장한 ㅎ, ㅅ투신의 8개 차명계좌에 대한 추적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언론에 발표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입·출금 전표들이 경기도 파주 등 전국에 흩어진데다 그 양도 방대해 지금까지 계좌 8개 중 1개만 추적이 끝난 상태라고 밝혀 비자금 수사가 계속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의지 부족 또는 수사능력 한계 등 요인으로 비자금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 검찰이 문시장의 계좌추적을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부인하는 등 보안유지에 급급, 벌써부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이광수씨로부터 "투신사의 비자금 14억여원 및 제주도 임야가 문시장 소유"라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여지껏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문시장이 정치자금법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이 예상보다 어렵고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혐의 포착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등 검찰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문시장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진행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광수씨를 다시 소환,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단서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
검찰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말 "대구시정을 안정시키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문시장 비자금 의혹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비자금 수사가 장기간 오리무중에 빠짐에 따라 비자금 파문으로 인한 시정공백 등 혼란이 불식되기는 커녕 되레 커져만 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