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개울가
오 남매의 겨울옷을
물에 담그시던 어머니.
세파에 찌든 때를 방망이로 태질하며
마음에 쌓인 근심 희부옇게 문질러도
비누 방울처럼 부풀던 꿈은 어쩔 수 없어
쮜어 짜는 땟물만큼 흘리셨던 그 눈물.
요놈의 세상도 요래 좀 빨았으마.
강변 자갈밭에 빨래 펴 말리시며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는 푸념을
줄어만 지는 옷소매를 향한 애틋한 눈길로
속내를 알 것만 같은 깊은 물에
풍덩-
돌 던지며 화풀이하시던 그 마음.
-공영구 '봄이 오는 개울가'
삼 형제가 각각 시, 시조, 수필을 써서 한 권의 문집으로 묶었다. 그 가운데서 뽑은 시이다. 산업화가 본격화 돼 강이 오염되고, 세탁기가 생기기 전에는 봄이 오면 개울가에서 어머니나 누이가 겨우내 묵은 빨래를 했다.
그 옆에 앉아서 강심을 향해 물수제비를 뜨며 놀던 추억을 가진 이들은 거지반 30대 정도의 나이가 될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는 강에서 빨래했다는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추억이 없는 세대의 불모성을 생각케하는 시이다.
김용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