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노무현 후보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다.
노 후보는 17일 이 전 고문의 사퇴소식을 듣고 "앞으로 교만하게 보이는 것을 가장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인제 전 고문과 손잡고 나아가야 하고 나도 그걸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선과정에서 이 전 고문과 감정싸움까지 벌이던 때와는 달리 경선 후유증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자세다.
노 후보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불안정해 보이는 이미지의 개선이다. '돌출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튀는 노무현'이 노풍의 바탕이었지만 대통령후보가 된 다음에는 안정감 있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당내외의 주문이다.
그래서 노 후보측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주변에 포진시키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대응하는 한편 당이 정책적으로도 지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경선후유증 극복도 급선무다. 독자행보를 강조하고 있는 이 전 고문을 껴안고 가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노 후보측의 자세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적 의혹이 큰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와 관련한 입장정리와 김 대통령과의 관계설정도 고민거리다. 국민의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분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노 후보측은 우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겠지만 여론이 악화될 경우 후보와 김 대통령을 분리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6월 지방선거도 노 후보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이인제 대세론이 압도하던 지난 해 노 후보는 "영남지역(특히 부산)에서 한 곳이라도 이기지 못하면 대통령 후보직을 내던질 수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노풍이 강하게 불어준다면 영남지역에서도 승산이 있지만 아직 마땅한 후보도 없는 상황이다. 전체 지방선거의 결과도 어려운 숙제다.
정계개편 시도 역시 노풍의 파괴력과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노 후보는 여러차례 언급한 대로 정계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혁세력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고 할 경우 한나라당의 반발은 물론 중도개혁노선을 주장하는 이 전 고문과 대선 때까지 충돌할 수도 있다.
노풍의 지속성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 전 고문의 사퇴로 수도권에서의 노풍의 위력을 가늠할 수 없게 된데다 노풍을 일으킨 '노사모'가 앞으로는 현재와 같이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