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집 보내려 오던 동포 부부 희생

입력 2002-04-18 12:18:00

"결혼식을 앞두고 이게 웬 참변입니까" 결혼의 단꿈에 부풀었던 문주승(35.부산시 범일동)씨는 이번 중국민항기 추락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사고 시간대의 여객기에 중국 지린성 옌볜에 사는 예비장인.장모가 타고 부산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정신이 아득해져옴을 느꼈다.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간 문씨는 사망자 명단에 예비장인 채광호(48)씨 부부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했다.

중국 동포인 채씨 부부는 다음달 5일에 예정된 둘째딸 춘영(22)씨의 결혼식을 앞두고 문씨 부모와 상견례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으나 결국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예쁜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기대에 부푼채 장인.장모를 기다리던 문씨는 넋을 잃었다. 문씨는 "졸지에 천애의 고아가 돼버린 아내를 어떻게 볼 수 있겠냐"며 "아내가 하루 빨리 부산에 와서 장인.장모님의 시신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씨는 "한국인 유족과 달리 중국 동포의 유가족은 아직 입국을 못해 멀리서 슬픔만 삭이고 있다"며 이날 유족들을방문한 리빈 주한 중국대사에게 "유족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하루 빨리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적극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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