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토크-대구시향의 외국인 지휘자

입력 2002-04-17 14:01:00

대구의 경우 시립예술단체가 7개나 되고 수많은 연주단체가 있지만 그래도 대구시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 이유는 대개 시향이 그 도시의 음악 바로미터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대구시향은 그동안 지휘자와 단원, 각 대학 음악과의 파벌싸움 등에 따른 잇단 잡음에 휘청거려왔다.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지휘자를 영입하기에 이르렀지만 전임 2명의 지휘자가 모두 2년짜리 '단명 지휘자'로 끝이 났다.

1996년 처음 대구시향이 영입한 외국인 지휘자 라빌 마르티노프의 경우 강훈련과 수준높은 실력으로 시향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언어소통이 안되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온 거듭된 실수로 2년만에 사임했고, 1년 10개월의 공백끝에 당시 계명대 객원교수로 재직중이던 보구슬라브 마데이가 선임됐다. 폴란드 출신답게 동구권 음악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그 역시 음악적인 문제가 아닌 이러저러한 외적 이유로 다시 2년만에 지휘봉을 놓았다.

지금은 3번째 외국인 지휘자인 박탕 조르다니아가 들어왔지만 앞선 지휘자들과는 다른 지적을 받고 있다. 겨우 2번의 정기연주회와 전국 교향악 축제 참가연주 등 3번에 지나지 않는 공연을 가졌는데 벌써 음악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조르다니아의 경우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KBS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잘 알려져 있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교향악단을 맡았던 누구보다도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마르티노프 영입때부터 물망에 올랐던 실력파였다.

당연히 전임 두 지휘자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았고, 대구 체류기간도 명시된 기간없이 10회의 연주회만 치르면 되는 다소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있지만 벌써 박탕 특유의 음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특히 교향악축제에서는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정돈되지 못한 음악의 생산자'라는 악평을 받았다.

전임 2명의 외국인 지휘자가 거쳐간 이후에도 거액을 들여 계속 외국인 지휘자를 영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