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원정 출산 유감

입력 2002-04-17 00:00:00

최근 미국의 한 신문에서 보도한 '한국인의 원정출산'기사가 이와 무관한 많은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무지하게 구겨 놓고 있다.

출산건수당 수만 달러씩 챙기고 있는 미국 산부인과 의사들이 더욱 가관인 것은 "애를 놓기위해 미국을 찾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한국인들은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끈질기게 매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돈주고 망신사는 꼴이 될 수 밖에 없어 어떻게든 원정출산에 대한 정부의 입장 정리가 시급하다 하겠다.

과거 우리나라 출산 풍습은 지금처럼 거추장스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았다.산모들도 요즘 젊은이들과는 달리 임신과 출산을 두고 무슨 큰 벼슬이라도 한양 거들먹 거리지도 않았다.바깥 출산이라야 친정 출산이 고작으로 외가에서 출생한 이른바 '외출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이것도 나중에는 임신부의 친정 출산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크게 줄었다.그런데 언제부터 이땅에 해외출산이라는 사치스런 출산풍조가 상륙, 만삭의 임신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바다를 건너가 출산하려 하는가.

연간 1천명이 넘는 외국출산 '외출이'가 이중 국적도 갖고 태어난다니 이게 무슨 바람인가 아니면 무슨 병인가.빚내 자가용 사는 젊은 세대들이 빚내 원정출산을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원정출산 확산이 두렵다.

원정출산에 드는 경비가 일인당 3천만원 정도. 가진 사람이 볼때 푼돈일지 몰라도 아직 이 땅에는 전 재산이 3천만원이 못되는 못가진 사람이 수두룩하다.또 이 돈으로 홀몸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돌본다면 10년은 거뜬히 생활할 수 있다.이들 원정출산 산모들이 5년전 IMF 당시 이 나라를 위해 얼마를 희사 했을까!몇 백만원의 돈 때문에 목숨을 끊는 사람을 볼때 이 돈을 적은 돈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 나라가 연간 300억원 이상을 출산비로 해외에 뿌릴만큼 풍요해 졌단 말인가.이 돈을 자녀 양육비가 아니라 단지 출산비로 쓰고도 내 잘못이 뭐냐고, 큰소리 치는 것은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오만, 방자하다 비난을 면키 어렵다.외국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을 보고 별 주저없이 가장 씀씀이가 헤픈 국민이라고 한다.

해외여행에다 이제 다른나라에서 보기힘든 외국출산까지 크게 늘게 됐으니 미국 의사들의 웃기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물론 산모들의 주장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많잖은 자식에게 일찌감치 미국 국적을 갖게해 교육, 병역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보험 선물정도로 이해할 수는 없나하는 주장이다.특히 이들은 이민을 가고자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 교육제도가 잘못된 나라 등을 감안할때 유학, 연수 등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 무리냐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도 오만과 겉치레가 통하는 무능, 부패한 정치인들에겐 통할지 몰라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열등의식으로 일손을 놓게하는 치명적인 해독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함부로 내세울 일이 아니다.

미국의 보도대로 원정출산이 연간 1천명이 넘는다면 결국 이중국적 취득자가 엄청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해외연수 유학생도 당연히 크게 늘어날 것이다.

또 이들은 자산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위해 나름대로 세를 불려나갈 것이며 이들에 대한 관리 등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할 것이 뻔하다.

원정출산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그러나 이들 때문에 선량한 국민들이 받는 정신적 피해 등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정부가 개선 대책 정도는 마련해야 된다.

왜냐하면 돈만 있으면 병역문제도 갓난아기때 해결하는 고차원적 병역회피 등이 새로 파생될 수도 있으며 이는 곧 빈부계층간 위화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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