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집안의 참변

입력 2002-04-16 12:22:00

15일 오전 김해공항 인근 중국민항기 사고와 관련, 대구에 사는 부림 홍씨 일가 8명이 마지막 순간에 서로 생사가 엇갈리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6일 중국민항기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여객기에 탑승한 홍씨 6명 중 지금까지 생존자는홍난이(여.56.대구시 수성구 시지동)씨가 유일하다.

또 여행사 여행자 명단에 올라 있던 홍춘희(55.여.동구 신암동)씨, 홍순주(55.서구 비산동)씨 등 나머지 2명은 마지막 순간에 여행을 포기, 극적으로 사고를 면했다는 것이다.

홍춘희씨는 출발 일주일전 여행을 포기했다. 홍씨는 둘째 아들(31)의 세무사 시험일정이 중국여행과 겹치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다음을 기약했다.

"만약 딸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겁니다. 아들만 내리 3형제를 낳아 내가 아니면 아무도 챙겨줄 사람이 없습니다".

홍순주씨는 출발 당일 아침 여행을 취소했다. 갑자기 수성구 범어로터리 부근 커피숍을 인수하면서 개업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가게를 비우기가 난처했기 때문이다.

순주씨는 "왜 하필 그때 가게를 인수하게 됐는지…. 정말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홍씨에 따르면 어린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이들은 지난 92년부터 계모임을 시작했다. 올해로 꼭 10년이 됐고, 이를 기념해 중국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 죽기전에 한번 써보자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두 홍씨는 "생사조차 모르는 친구와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차라리 함께 여행을 떠났으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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