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초교 퇴직 4명 탑승

입력 2002-04-16 12:24:00

"45년 동안 평교사로 봉직하면서 지역 교육계 사도(師道)의 표상이자, 영원한 스승이었던 분이 졸지에 비행기 추락사고로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니 하늘도 무심합니다".

TV를 통해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소식이 전해진 15일 오후 영주영일초교 교무실. 후배교사들은 한평생 교육의 외길을 걸어오다 몇년전에 이 학교에서 정년 퇴직을 한 김동운(68.영주2동).이호익(67.가흥1동).박찬희(66.휴천2동).권영구(65.영주2동)씨 등 4명의 선배교사들의 사고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비통에 사로 잡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99년 이 학교에서 정년퇴직한 후에도 학부모들의 열화같은 요청으로 1년동안 기간제교사로 근무했던 권영구 선배교사의 교육 사랑은 후배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권씨가 교직에 몸을 담은 것은 안동사범학교(7회)를 졸업한 지난 1956년 3월부터. 권씨와 5년 동안 함께 근무했다는 권순자(46.여.영일초교)교사는 "권영구 선생님은 승진 등에는 관심도 없이 오직 성실하게 열성을 다해 제자들을 지도하는데만 충실하셨다"고 말했다.

영일초교 장성화교장은 "권선생님이 지난 99년 평교사로 43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하자 많은 학부모들이 계속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 1년 동안 기간제 교사를 할 정도로 존경을 받았던 '지역 교육계의 페스탈로찌'였다"며 안타까워 했다.그는 작년 1년 동안 봉화 내성초교에서 기간제교사를 마지막으로 교직을 떠났다.

안동사범 동기생인 홍완희(68. 전 부속초교장)씨는 "45년 동안 평교사로 근무했지만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너무나도 충실했고 한결같은 사랑을 쏟은 사도의 본보기이자 표상"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씨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인 배관주(68.전 옥대초교 교감)씨와 홍 교장 등 영주지역 안동사범 7회 동기생 8명과 함께 '칠우회'를,또 이번에 함께 중국여행을 한 퇴직교사들과'동류회'를 조직해 늘 우리교육을 걱정했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45년 동안 근무했던 교육계를 퇴직한 후 올해초부터는 세째딸이 운영중인 영주의 한 학원에서 부진아를 지도하면서 손을 잡고 길을 건너주는 자상한 사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함께 중국여행을 했던 부인 전순자(59)씨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고있다. 맏이 권오순(37)씨는 군위교육청 정보화팀장, 둘째딸 오남(36)씨는 영주초교 교사, 둘째사위 김상각(38)씨는 영주동부초교 교사, 세째딸 오영(34)씨는 영주에서 진보학원장으로 근무하는 교육가족이다.

영주.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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