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23분 사고 여객기는 공항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을 나눴다. "현재 위치를 알려달라"며 거듭 묻자 조종사는"최종 선회지점"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슷한 시각, 대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다…(비명소리) 빨리 119구조대와 경찰에 연락해달라". 중국에 학술회의차 다녀오던 경산대 이강대(42) 교수가 추락 직전 긴박한 상황을 대구의 여행사로 알려온 것. 전화를 받은 여행사 관계자는 차이나항공대구사무소로 즉시 연락했다.
이 교수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팔과 허리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10분쯤 뒤 영주에 사는 김경모씨는 아내 윤경순(41)씨의 휴대폰 전화를 받았다. "비행기가 추락했는데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추락 후 처음 알려온 사고소식이었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는 3천26만명. 각종 사고 발생시 첫 신고는 대부분 휴대폰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번 사고에서도 휴대폰은제 역할을 해냈다. 빠른 신고 덕분에 탑승객 중 50여명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비행기 사고에선 '블랙박스보다 더 요긴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휴대폰은 사고 상황을 정확히 알려준다.
지난해 9월 미국 항공기 테러에서 납치비행기 4대 중 2대의 승객들이 폭파 직전에 휴대폰으로 지상의 가족 등과 통화했다. 지난 95년엔 승객과 승무원 등 365명을 태운 전일본 항공(ANA) 소속 보잉747 여객기가 납치됐다가 '인질범이 혼자 뿐이고, 폭발물이 없다'는 등의 정보를 휴대폰으로 알려준 승객 덕분에 손쉽게 해결됐다.
그렇다면 비행 중인 기내에서 휴대폰 사용은 가능할까? 경산대 이 교수가 추락 소식을 알려올 당시 비행기는 지면과 채 100m도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낮은 고도라면 가능하지만 비행고도가 1km를 넘어서면 통화는 불가능하다.
긴급상황에선 휴대폰이 효자노릇을 하지만 평상시엔 골치덩이다. 외국에선 휴대폰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98년 12월 101명이 숨진 타이항공의 추락사고와 관련, 전문가들은 "승객들의 과도한 휴대폰 사용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휴대폰 전자파가 비행기기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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