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유물관 열띤 공방

입력 2002-04-15 14:10:00

사업설명회 200여명 참석

문화재청과 불국사가 경주에서 석굴암 역사유물전시관 건립 사업설명회를 열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12일 오후 2시 석굴암 수광전 앞 마당과 전시관 건립 예정터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문화재계와 학계.시민단체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계획 설명을 듣고 사업 추진을 둘러싼 열띤 공방을 벌였다.

사업시행자인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은 "석굴암 본존불의 원형보존과 관람객들의 참배공간 확보를 위해 석굴암 진입마당 아래쪽에 52억원의 예산을 들여 석굴암 모형과 영상관 등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며 "이곳은 본존불과의 연계성.접근성.관리 효율성 측면에서 최적지로 도량이나 환경훼손의 염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시관 설계를 맡은 명지대 김홍식 교수(건축학과)와 윤홍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도 석굴암 동남쪽 105m 지점에 건립 계획인 300평 가량의 전시관 모형 설계안을 소개하고, 전시관 건물 높이를 마당보다 낮게 설계해 출입구를 제외한 외부를 흙과 산죽으로 덮을 예정으로 환경친화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균관대 이상해 교수(석굴암.토함산 훼손저지를 위한 대책위 위원장)와 이화여대 강우방(전 경주국립박물관장).김홍남 교수 등은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은 원형보존이 최대의 목표"라고 전제하며 "석굴암 건립 당시의 원형에서 벗어나는 주변의 어떠한 건축행위도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석굴암 바로 턱밑에 모형 전시관을 짓게 되면 석굴암 주변환경 훼손은 물론 석굴암 자체의 대지기반과 건축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예기치 않은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재근 사무국장 등 시민단체 대표들도 "석굴암은 본존불 보존방안 연구부터 선행돼야 하며 충분한 토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다음에 추진해야 하는데도 전시관 건립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날 석굴암 역사유물전시관 건립에 대한 의견수렴에서는 전시관 건립자체를 반대한다는 주장은 제기되지 않았고, 문화재청과 불국사도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으로 건립한다는 원칙만 합의했을 뿐 세부계획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혀 건립장소 선정문제에 논란이 집약되기도 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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