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佛학생의 보신탕 체험

입력 2002-04-13 15:07:00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큰 행사가 있으면 개고기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88년 올림픽'때는 보신탕 집들이 모두 도시의 변두리지역으로 내몰리고 보신탕이라는 용어조차 입에 올리기를 자제하도록 정부에서 홍보했었다.

보신탕 대신에 '보양탕'이랄지 '영양탕'이라는 명칭도 지난 88년을 전후해 나온 것이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국민들은 이 두명칭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올림픽등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개고기 소동을 보는 우리들의 반응은 상당수가 '웬 참견이냐'쪽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나라 안에서도 개고기 논쟁이 한창이다. 세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경기지역의 보신탕업주와 개고기 전문가들이 지난 1월 '전국개고기 식당연합회'를 결성하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선 대결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개고기는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이기도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게 개고기 활성화쪽에 선 사람들의 주장이다. 반대쪽의 의견도 강경하다. 개고기를 옹호하는 것이 애국(愛國)으로 오인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신탕 문화'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에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학생과 교사 등 20명이 보신탕을 집을 찾아가 개고기를 시식한 것은 어떻게 보면 또다른 논쟁거리의 제공이 아닌가 싶다.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객관적인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자신들의 고국인 프랑스에 알리겠다고 한다.

분명 이 다큐멘터리에는 개고기에 열광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질 것이고 개고기 식용을 비난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반응도 포함될 것이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의 '보신탕 매도'같은 돌발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개고기도 하나의 음식이고 국가간 문제일때는 문화적인 차이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개고기 식용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을 잠재우는 설득 노력을 좀더 적극적으로 펴야할 일이다.

단순하게 너희 나라는 푸아그라를 맛있게 먹기 위해 거위 배에 사료를 잔뜩 채워 넣는 야만을 저지르지 않느냐는 감정 섞인 대거리는 별 도움이 안된다.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 세계에 알려 나가면 '야만인' 등 용어도 차츰 희석될 것이라는 기대다. '식용 개'와 '애완용 개'를 구분하는 개도축 합법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일도 아니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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