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년 사이 콜레라, 세균성 이질,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역 예산과 인력은 되레 축소되고 있어 월드컵 대회기간중 전염병이 집단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월드컵 대회 중 이같은 후진국형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급증하는 전염병=국립보건원에 따르면 97년까지 연평균 20여명에 머물렀던 세균성 이질 환자가 98년 905명을 시작으로 99년 1천781명, 2000년 2천454명으로 급증했고 올들어 3월까지 369명이 발생, 전년동기 대비 3배정도 증가했다.
콜레라는 지난 95년 68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춘듯 했으나 지난해 142명의 환자가 집단 발생, 올 여름 월드컵 기간 중 방역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1군 법정전염병인 파라티푸스 환자 경우 올해 235명의 환자가 발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7배나 증가하는 등 지난 68년 첫 환자 발생이후 사상 처음 세자리수를 기록했다.
지난 98년 380명의 환자가 발생한 장티푸스 경우 이후 감소하다가 지난해 399명, 올들어 지난해 동기간보다 5명이 많은 75명의 환자가 발생,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홍역도 2000년 3만2천여명, 지난해 2만3천여명의 환자가 발생, 방역당국을 잔뜩 긴장시켰다.
△거꾸로 가는 전염병 예방체계=정부는 경제난을 이유로 질병예방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오히려 줄이고 일부 전염병 백신 생산을 중단하는 등 전염병 예방체계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예산 중 질병예방과 보건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5년 8.7%였으나 올해는 4%미만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사업비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보건환경연구원, 식약청, 보건소 등의 조사 및 단속인력은 구조조정돼 줄거나 그대로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경우 지난 98년 64명이던 연구원이 구조조정 등으로 지금은 59명으로 줄었고 대구지방식약청도 지난 98년 15명이던 식품감시과 인력을 11명으로 축소, 그동안 충원이 없었다.
구.군 보건소 경우는 전염병 예방체계에 사실상 무방비 상황. 대구시내 8개 보건소 모두 전염병 예방업무 담당자가 1명뿐이다.
영남대병원 감염내과 이충기 교수는 "장티푸스 등의 원인균은 자연상태가 아닌 보균자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대회기간 중 집단발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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