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점자블록 관리 엉망 장애인 불편 커

입력 2002-04-12 14:43:00

얼마 전 대구시 모 장애인 인권단체를 도와 휠체어를 타고 대구시내를 활보한 일이 있었다. 이날 대구 지하철 편의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인도를 지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울퉁불퉁한 인도하며 무질서하게 나열된 노점들은 휠체어가 지나가기에 여간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깔아놓은 노란 점자블록이었다. 인도보다 약 2cm는 더 튀어 올라와 보이는 그 길을 지나기 위해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힘을 줘야만 했다.

지난번에는 점자블록 위를 걷다가 미끄러진 일이 있었는데 그 날은 비가 왔었고 빙판길 이상으로 미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또 돌출된 점자블록 때문에 휠체어가 심하게 흔들리고 중심을 잡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비만 오면 미끄럽고 휠체어가 지나가기에도 불편한 점자블록이 왜 이렇게 무분별하게 깔려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깔아놓은 점자블록이 정작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가만히 보면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는 곳도 있고 길 한가운데서 끊어져 버린 점자블록도 있다. 또 점자블록 위에서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길을 믿고 따라가다가는 제대로 집을 찾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예산을 투자해 설치한 점자블록이 그냥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꼭 강력한 법 규정이 아니더라도 내가 다닐 길이고 우리 가족이 다닐 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공하고 관리하고 또 이용하여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대구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조(대구시 성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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