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불…청송한지 명맥 위기

입력 2002-04-12 12:20:00

전통적 수작업을 고집하며 5대째 대물림으로 명맥을 이어온 청송한지가 자칫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일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의 청송한지공장에서 전기누전 때문으로 보이는 불이 나 공장 80평과 한지틀(3조), 집기, 닥나무 50여t을 모두 태웠기 때문. 공장을 다시 짓고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3억여원이나 필요해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청송한지는 종이 수명이 천년을 간다는 '천년 한지'로 유명한데 특히 국내 서예인들로부터는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명품이다.

5대째 가업을 이은 이자성(53.경북도 무형무화재 23호) 김화순(54)씨 부부는 청송 일대에서 자생하는 닥나무 중 1년생의 보송보송한 닥나무를 늦겨울에 거둬들여 2~4월에는 양지쪽에 앉아 껍질을 벗기고 삶아 한지를 만든다.

전통적인 손 작업만으로 하기때문에 오전6시부터 오후8시까지 부부가 꼬박 매달리더라도 하루 800장(40권) 정도를 만들수 있을 뿐이다.그나마도 한달에 작업할 수 있는 날은 4일 정도이며 나머지는 준비하는데 시간을 다 뺏긴다.

한지 만들기에 한창 바빠야 할 시기이지만 이씨 부부는 화재 사고로 어쩔 방법이 없어 그저 막막할 뿐이다. 게다가 이씨가 지난해 7월 2도화상과 팔골절 후유증으로 물리치료를 받는 와중이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청송한지 체험장으로 지정받아 5월4일부터는 초.중.고교생들에게 한지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했는데..."라며 발을 구르는 이씨 옆에서 부인 김씨는 마냥 눈물만 흘렸다.

같은 마을의 이동길(72) 할아버지는 "청송한지 명맥을 잇기 위해 이씨 부부가 직접 벽돌을 쌓아 공장을 늘렸는데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마을 경로당 노인들도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국제서법연구회 한국본부 대구경북지회(지회장 권시환)는 11일 오후 이씨 부부에게 성금 30만원을 전달하고 전국 서예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복구를 돕겠다고 했다. 지회는 지난해 7월 청송한지 후원회를 발족하고 성금 3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종갑 청송군수도 "공무원과 공공인력을 집중 투입, 빠른 시일내에 청송한지 공장이 복구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후원문의:(054)870-6063.870-6061(청송군청)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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