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강물로 뛰어내렸다 해도 비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내가 뛰어내린다 해서 나에게 잘못이 있을 수 없지요.단지 미안할 뿐입니다".
58년 개띠시인은 40대 남자에게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삶이 너무나 힘겨웠던 까닭이다.태어나서 한번은 "이 인간이…"라고 부르는 아내의 무례와 멀어지고 싶다. 잠시만 쉬어도 죽을 것 같은 새끼들로부터도 놓여나고싶은 40대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인은 "그런 이들이 잘못을 하면 얼마나 할까? 비록 그들의 감상이 실존적 삶이 된다고 해도 죄가 아니다"고 못박는다.
지지리도 궁상맞던 대학시절. 남자가 만난 첫사랑은 부잣집 딸이다. 둘은 헤어지고 여자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화가가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둘은 하나가 된다. 남자가 이른 새벽에 남긴 메모는 "미안하다". 남자의 미안함은 삶을 삶답게 해주는 소금이다.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도덕심이다.
지난 월요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위기의 남자'는 미안함에서 출발한다. 돌아온 첫사랑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미안하다. 평생을 악악댈 것 같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미안함을 쌓아가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드라마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56년 7월. TV개막과 동시에 출발한 드라마는 오늘도 쉬지 않고 제작되고 있다. 이유는단 하나. 시청률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심리적 욕구를 가장 많이 충족시켜주어서다. 성적 욕구, 이웃간의 관심사, 정서의 유발, 투쟁과 갈등의식, 코미디 등 다섯 가지는 프로그램의 기조. 이 중 한가지만 들어주어도 프로그램은 대성공이다.하지만 '위기의 남자'는 전부를 겨냥한다.
남녀주인공의 키스신이나 침대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두 배우의 몸은 성적 욕구와 관계한다.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우리 사회의 관심사도 녹아있다. 귀농을 결행한 남자 주인공의 농촌생활은 향수를 일깨운다.
멜로드라마의 축인 삼각관계보다 더 심각한 부부 각각의 애정갈등이 있고, 코미디언을 출연시켜 코미디까지도 충족시키려 한다. 만능 재주꾼 여우와 나무에 오르는 한가지 재주만 뛰어난 고양이가 사자를 만났다.
결과 여우는 잡아 먹혔지만 고양이는 나무에 올라 살 수 있었다. 시청자는 욕구 하나만이라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를 바라는데…. 드라마도 정치판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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