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합법적 다단계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하시면 이곳에서 잃은 돈을 빠른 시일내에 되찾을 수 있습니다"
9일 오후 3시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 불법 다단계업체 사무실. 회원 1천500여명으로부터 40억원을 가로챈 업체 간부들이 검찰에 붙잡혀가자 회원들간 대책회의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집에도 가지 못한채 잃어버린 돈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외기러기'들을 노린 또 다른 불법 다단계의 속칭 '삐끼(영업맨)'들이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한 영업맨은 "가입비가 이 업체의 절반도 안되는 66만원에 불과하지만 수입은 두배를 보장한다"며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는 30, 40대 회사원들에게 분주히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인근 오피스텔 한 화장품 다단계 업체에서 왔다는 50대 주부도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넋을 잃은 주부들을 상대로 "무조건 한번 찾아오라"고 유혹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단계 밀집 지역인 동구 신천동 주변엔 50여개의 합법 다단계 업체속에 끼여 영업을 하는 불법 다단계업체가 최근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
방문판매회사를 가장한 불법 다단계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파악조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
또 신천동 주변에 대한 경찰단속이 강화되면서 인근 수성구 범어네거리 부근도 새로운 다단계 밀집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다단계 업체 사원은 "신천동 어느 7층건물 경우 층층마다 다단계업체 사무실이 있다"며 "목좋은 5층이상 건물 경우 다단계업체가 들어서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상 다단계에 편승한 불법 다단계가 극성을 부리자 다단계 '전문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다단계업체 회원은 "불법 다단계의 경우 제때 수당과 성과금을 지급하게 되면 언젠가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된다"며 "이에 따라 3, 4개의 다단계에 동시에 투자를 하고 치고 빠지기식 수법으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400여개에 이르는 지역 방문판매회사 중 불법 다단계식 영업을 하는 곳이 적어도 100곳 이상"이라며 "이들 불법다단계 투자자의 절반은 불법 사실조차 모르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가입한다"고 말했다.
합법적 다단계 회사의 경우 어느정도 수입을 올리려면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방문판매를 가장한 불법 다단계 경우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꾼'들의 경우 언제 빠져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직감, 치고 빠지기식 수법으로 한달에 1천만원 이상 거뜬하게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여부를 모르고 한순간에 5천만원을 잃었다는 한 주부는 "올초부터 경찰이 업체에 7번이나 다녀갔지만 그때마다 무혐의 처리돼 안심하고 투자했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속아 투자를 시작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 "투자설명회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탕을 노리는 일부 사람들이 불법 다단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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