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명계좌 속에 홍업씨 돈이 왜?

입력 2002-04-09 14:46:00

대통령 차남이자 아태(亞太)재단 부이사장인 홍업씨의 고교동창 김성환씨가 차명계좌로 운용해온 100억원대의 자금중 10억여원이 바로 홍업씨의 돈으로 알려지면서 이 돈의 '정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 돈이 97년 대선 자금의 일부라느니 개인돈이라느니 또는 비자금이라는 등 촉바른 얘기들로 무성하다. 우리는 그동안 특검을 포함한 검찰수사가 김홍업씨 주변을 너무 빙빙 둘러왔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그가 대통령 아들이 아니었다면 수사가 이렇게 돌다리 두드리듯 완행열차를 타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특검팀이 김성환씨의 차명계좌 추적당시 "평생 구경하기 힘든 액수""못볼것을 봤다"라고 했던 그 돈이 겨우 이 10억원이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검찰수사의 진전을 지켜보고자 한다.

다만 김성환씨 자금에 홍업씨의 돈이 들어있다고 알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물타기'식의 발언이 툭툭 던져지고 있는 사실에 '옐로 카드'를 던지고 싶다. 기실 이 돈이 순전히 홍업씨의 사업.저축에 의한 개인돈 이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될게 없다. 다만 개인 돈이라면 무슨 인심이 그리 좋아서 아태재단 운영자금으로 내놓을 정도냐 하는 꼬리표가 붙는다.

이 돈이 97년에 쓰고남은 대선자금의 일부라면 정치 및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현행 정치자금법 시행전인 97년 11월이전에 받은 것이라고 우기면 처벌규정이 없기때문에 면죄부를 받는다.

이 때문인진 모르되 그동안 입도 벙긋않던 청와대 일각에서 '10억원에 대선자금 일부포함 가능성'을 흘려, 물타기 인상을 풍기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또하나 이 돈이 홍업씨가 별도 조성한 비자금이라면 그 정치적 파장의 크기는 대선자금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니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대선후 '국고보조금과 당비만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때늦은 이 마당에 자청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없는 김성환.김홍업 두 친구의 입장이 얼마나 곤혹스러울까를 읽는다. 국민도 곤혹스럽다. 검찰수사가 명쾌히 빨리 진행돼야 할 당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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