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피플-(4)박관전 최고령 자원봉사자

입력 2002-04-09 00:00:00

"외국어를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지난 4일 오전 10시 대구시 북구노인복지회관. 매주 이 시간만 되면 박관전 (75·대구시 중구 대봉1동) 할아버지에게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질문에 가끔 엉뚱한 대답을 하곤 하지만, 영어 한마디씩 배우기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 찾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최고령 자원봉사자인 박 할아버지가 노인 및 주부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대구시노인복지회관, 경산종합복지관, 북구노인복지회관, 대덕복지관 등 영어 강의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박 할아버지는 "중·고등학교 영어교사로 38년간 교편을 잡은 뒤 93년 정년 퇴임한 이후 2년동안 무료한 생활을 하다보니 건강만 나빠졌다"며 "결국 영어, 일어 등 외국어 경험을 살려 대구시내 복지관을 돌며 노인과 주부들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교편을 잡은 뒤 교장선생님까지 지내고 정년퇴임한 박 할아버지는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의 무역 영문작성 및 통역일과 대구시 교원자원봉사단으로 청소년 선도활동도 담당하고 있는 박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보다 더 바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대륙간컵대회때도 외국인을 위해 통역서비스를 담당한 최고령 자원봉사자였다. 물론 2002년 월드컵대회와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예정.

"내게 영어를 배우는 노인들과 주부들이 외국어공부를 열심히 해 이번 월드컵대회때 외국 손님들에게 대구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를 바란다"는 박 할아버지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외국어 자원봉사자로서 활기찬 노년생활을 즐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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