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독수리상 풀죽은 모습에 실망

입력 2002-04-06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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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독수리상지난 토요일 시청 민원실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한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자신을 '백아무개'라 밝힌 그 아저씨는 시청앞의 독수리상이 아무래도 못마땅한 듯 한참을 쳐다보다가 나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원래 새를 상으로 만들 때는 비상하는 모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지였다. 그런데 시청앞의 독수리상은 고개를 바닥으로 향하고 있어 마치 굶주림에 지쳐 먹이를 찾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독수리의 발도 발톱으로 강하게 땅을 찍는 형상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 너무 어정쩡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아마 그 상을 만드는 데 큰 돈이 들었을텐데 구태여 다시 제작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분의 말씀을 듣고 독수리를 관심있게 다시 봤더니 영 내키지가 않았다. 또 독수리를 떠받치고 있는 돌에는 '대구의 기상'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 또한 땅을 향해 풀이죽은 듯한 독수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비자금과 관련하여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문희갑시장의 입장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면서 대구의 기상은 땅에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마뜩찮았다.

그리고 비싼 돌에 새겨진 '대구의 기상'이란 말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이고 힘있는 문구가 들어가는게 나을 것 같다.

문윤정(대구시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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