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더불어 사는 아름다움 가르치자

입력 2002-04-02 00:00:00

며칠 전 퇴근길에 우연히 박물관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때마침 버스정류장에는 하교길인 듯싶은 같은 또래의 남학생 몇 명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올해 아들을 중학교에 입학시킨 아버지로서 또 한편으로는 학교 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그다지 가볍지만은 않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된 요즈음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속에는 항상 불안의 그림자가 서성이리라 짐작된다.

학교폭력은 단순폭력, 갈취폭력, 폭력서클, 성폭력, 집단따돌림 등으로 분류가 된다. 또 발생원인은 개인.심리적 요인, 가정적 요인, 교육 환경적 요인, 사회적 요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학교폭력 중에서 요즘 가장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집단따돌림, 소위 '왕따'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학력위주의 사회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향하다보니 부모의 양육방법과 학교의 교육목표가 자연히 학력신장으로 치닫게 됨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중심적 개인주의에서 생겨나는 남을 무시하는 태도와 남에 대한 배려의 부족함인 듯싶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집단따돌림에서 가해학생의 잘못만 지적해오고 있지만, 전적으로 가해학생의 잘못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집단따돌림에 대해 피해학생 중에는 부모의 지나친 이기심과 과보호 속에 자라서 속칭 '왕자병' '공주병'의 성향을 가진 학생이 상당수 있다.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삶,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어떨까.

이 차가운 경쟁사회에서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일깨워 주는 것이 영어단어,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우게 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의 어린 자녀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다.

우리 사회가 아버지가 되어야하고, 사회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이재영(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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