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없는 '벚꽃 마라톤'

입력 2002-04-02 00:00:00

6일 경주에서 열리는 벚꽃마라톤이 '벚나무마라톤'이 될 위기에 놓였다. 행여 벚꽃이 질세라 대회 일정을 나흘이나 당겼지만 꽃잎들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작년 한국방문의 해 특별이벤트로 지정돼 정부 지원까지 받았던 경주 벚꽃마라톤은 '세계문화엑스포', '한국의 술과 떡 축제'에 이은 대표적인 관광상품. 특히 일본 요미우리신문사와 경주시가 공동 주최한 올해의 경우 참가선수 1만2천명 중 외국인이 1천380명에 달하는 등 국제적인 마라톤대회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최대 볼거리인 벚꽃거리가 나뭇가지만 앙상한 거리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경주시 서용봉 총무과장은 "당초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기획된 행사인데 벚꽃이 예년보다 1주일 이상 빨리 만개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올해 처음 열리는 '합천 벚꽃마라톤대회'도 마찬가지이다.

합천군 김학중 체육청소년담당은 "안타까운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100리 벚꽃길을 관찰하지만 7일로 예정된 대회 전에 꽃이 시들 것 같아 안타깝기만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기록적으로 벚꽃이 빨리 피었다. 대구기상대가 기록한 올해 벚꽃 개화일은 3월2일. 1924년부터 79년째 관측해 왔지만 올해가 가장 빨랐다. 벚꽃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봄의 전령사 개나리도 1925년 관측 이래 처음으로 2월28일 첫 꽃을 피웠다.

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민경덕 교수는 "최근 40년간 대구지역에 이처럼 급격한 기온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지구 온난화와 도시지역 '열섬효과'가 복합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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