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13)포항 이팝.모감주나무 군락지

입력 2002-04-01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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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시 포항에 세계적 희귀나무인 이팝나무와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울러 경북에서 가장 큰 숲인 의성의 사촌가로숲은 일제때 거수목들이 잘려나가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관과 풍치는 가히 절경이라 부를만 하다. 이들 군락지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자연학습장으로 가꿔야 할 생태환경 자산이다.

포항시 흥해읍 옥성1리 향교산에 있는 이팝나무 군락지는 포항에서 영덕쪽으로 7번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10분쯤 가면 만난다. 흥해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향교산 구릉지역에 위치한 이팝나무 군락지의 연원은 6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향교산 이팝나무는 14세기초 고려 충숙왕때 향교를 건립하면서 기념식수한 이팝나무의 씨가 떨어져 자연적으로 이식돼 자란 것이 현재와 같은 군락지로 남게 됐다. 이후 추가로 이팝나무가 심어지면서 향교산 주변 600여평의 구릉에는 34그루의 이팝나무가 상수리나무와 섞여 양력 5월 중순을 전후 나무 전체에 흰쌀밥과 같은 하얀꽃잎을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이팝나무는 흰쌀밥을 이밥이라고 부르던 농경시절 활짝 핀 하얀 꽃모양이 마치 하얀 이밥을 연상시킨다고 이밥나무에서 이름이 유래됐다고도 하고 꽃피는 시기가 대체로 양력 5월 입하(立夏)무렵이어서 입하때 핀다는 의미로 입하나무로 부르다 이팝나무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팝나무는 일본과 중국 일부에서도 자라고 있으며 처음 이팝나무를 본 서양사람들은 쌀밥을 알지못하니 눈이 내린 나무로 보인다고 해서 눈꽃나무(Snow flower)로 부른다고 한다.

현대와 같은 수리시설을 갖추지 못해 한해 농사가 하늘에 의해 좌우됐던 옛날에는 넓은 흥해들의 풍년 여부는 5월에 피는 이팝나무의 만개여부에 의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비가 풍부하게 내리고 일조량이 많아 이팝나무의 꽃잎이 장관을 이루면 그 해 농사도 꽃잎의 풍성함처럼 풍년을 가져왔다는 것.

옥성1리 마을 청년들은 이팝청년회(회장 양승준)를 결성, 해마다 5월이면 이팝꽃 축제와 경로위안 잔치를 열어 이팝꽃의 의미를 되살린다. 회원들은 지난 75년 경북도 지정기념물 제21호로 지정된 이팝나무 보전을 위해 지난 2000년 5월 향교산에 이팝나무 군락지 조성기념비를 세우고 이팝나무 보급과 식수에 앞장서고 있다.

이팝나무와 달리 만개시 황금빛 같은 노란꽃잎을 자랑하는 모감주나무는 7월초쯤 만개한다. 이팝나무가 내륙인 흥해중심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과 달리 모감주나무는 영일만을 바라보는 포항 동해면 발산리 산13 일대에 수령이 80~100년된 300여그루가 다른 잡목들과 섞여 집단으로 자라고 있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과에 속하고 일명 염주나무로 불린다. 열매주머니를 벗기면 드러나는 씨앗이 까맣고 반질거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져 염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자라 내염성이 강하고 공해에도 잘견디는 모감주나무는 그동안 완도, 안면도 등 서해안에 군락지가 발견돼 중국에서 바닷물을 타고 열매가 떠내려와 서식된 것으로 보았으나 영일만에 대단위 군락지가 발견되면서 한반도에 자생해 왔다는 점이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상진 경북대 임산공학과 교수는 "포항지역에 세계적 희귀수인 모감주와 이팝나무가 동시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만큼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보호에 앞장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해 발산의 모감주나무는 지난 92년말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돼 보호수로 가꾸어져 오고 있다.

포항.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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