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논쟁 격화 일로

입력 2002-03-30 14:24:00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간 색깔·이념 전쟁이 격화 일로다. 이 후보가 노 후보의 지난 88년 7월의 국회 대정부 질문과 같은해 12월 울산 현대중공업 강연내용을 문제삼으면서 공방이 사상검증으로 번졌다. 노 후보는 "연설의 일부분만을 떼어내 상대를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것은 야비한 매카시즘"이라고 흥분했다.

△'재벌 해체돼야'(88년 7월 발언)=재벌관련 발언은 노 후보가 13대 국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행한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나왔다. 당시 그는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재벌총수와 그 일족이 독점하고 있는 주식을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

이 말은 대기업을 모두 해체한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노 후보는 29일 "재벌 주식 노동자 분배주장은 역설을 담은 강한 야유"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5공 정부는 '부실기업 정리'라는 명목으로 특정기업(국제상사)의 부채를 절반이나 탕감, 사실상 공짜로 다른 기업을 넘기는 특혜를 주었다"며 "그렇게 할 정도라면 차라리 노동자에게 주라"고 역설적으로 질문한 것이라는 설명.

하지만 이 후보는 "효율성을 갖춘 기업과 경영자들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제전쟁시대에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라며 "노 후보는 급진좌파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큰 기업 밑에는 수천개의 기업이 있고 여기서 농민·서민·노동자의 아들들이 일을 한다"며 "기업이 발전해야 세금을 걷고 빈민 장애인도 도와줄 수 있는게 아닌가. 분배만 하고 기업을 존중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공격했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88년 12월 발언)=당시 노 후보는 파업중인 울산 중공업을 방문, "노동자들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정치적으로 각성해 제도권으로 진입해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우리 다 함께 노력하자"고 주장했다.

이 때의 발언에 대해 노 후보는 "당시는 87년 6월항쟁 이후, 고도성장 과정에서 억압을 받아온 노동자들이 서서히 자신들의 위상을 인식하면서 정치적으로 각성해 가던 시절이었다"며 "지금 노동자들의 위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었던 만큼 그것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 부분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계급의식을 고취하고 선동하려 했다"며 "불법파업 현장에 의원 배지를 달고 찾아가 적대감을 고취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미에선 대중선동정치가 나라를 송두리째 몰락시키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가 부도가 나 1주일에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바뀌고 사회가 대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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