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인 파킨슨병과 오른쪽 무릎 관절염 악화로 대외 활동을 못하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은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올해 81세인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8일 부활절 미사의 세족례(洗足禮)를 재위 23년만에 처음으로 집전하지 못했으며 29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바실리카 대성당에서 열린 성(聖) 금요일 미사때는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보행기구를 사용했다.
교황은 또 이날 고대 로마 콜로세움 근처 1㎞ 구간에서 펼쳐진 '십자가의 길'행사에 참가해 마지막 몇m 구간에서 3.3㎏의 나무 십자가를 받아들었으나 걷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차기 교황 후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바티칸 관계자들과 관측통들은 제 265대 차기 교황의 물망에 오른 인사들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교세 약화와 동서 교회의 불화, 하급 성직자들의 참여폭 확대 등 가톨릭교회가 당면한 몇가지 과제를 제시하면서 몇몇 인물을 수면위로 부상시키고 있다.
개혁적인 성향의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넬스 추기경(68)을 비롯 비(非) 유럽인 출신으로 콜롬비아 출신의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 추기경, 중남미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 출신의 클라우디오 후메스 추기경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바티칸은 교황의 은퇴란 말을 꺼집어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바티칸의 한 대주교는 "교회 운영은 다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한다"며 이 논쟁을 일축했다. 지오바니 첼리 추기경도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교황의 두뇌는 이상이 없다. 그는 움직이는 데 문제가 있을 뿐 교회를 다스리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교회법에 교황의 사임에 대비한 조항은 있으나 살아있으면서 오랫동안 활동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조항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교황의 은퇴설이 떠돌았으나 현 교황은 "하느님이 원하는 한 그 자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황이 죽기 전에 미리 은퇴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진보로 생명이 연장됨에 따라 교황도 주교처럼 75세에 은퇴하도록 교회법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0년 독일의 칼 레흐만 주교는 건강상의 이유로 그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교황 스스로 사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 폭풍을 몰고왔다. 많은 이들은 레흐만 주교의 말이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해 교황은 그를 추기경으로 승진시켰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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