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단결 부시외교 비틀

입력 2002-03-29 00:00:00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중동외교가 비틀거리고 있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정착을 통해 이라크로 대 테러전을 확대하려던 부시 미 대통령의 계획이 이스라엘 편향 외교정책과 실기(失機)로 아랍권으로부터 불신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라크는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 및 쿠웨이트와 화해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반대를 아랍권에서 이끌어내 미국과의 외교전에서 승리했다.

◇이라크의 사우디 및 쿠웨이트와 화해=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왕세자는 28일 베이루트 아랍정상회담에서 이라크 대표인 이자트 이브라힘 알 두리 혁명지휘위원회 부의장과 포옹하고 입을 맞춘 뒤 미국의 이라크 확전론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지난 90년 쿠웨이트를 침입, 걸프전을 유발했던 이라크는 이 회담에서 다시는 쿠웨이트를 침공하지 않겠다는 불가침합의서에도 전격 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를 포함해 아랍권 전체가 미국의 대(對)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데 일치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의 반응=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사우디-이라크간 화해 제스처가 과연 실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또 "이라크는 쿠웨이트의 주권을 존중하겠다는 진실한 의도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이라크가 과거 여러 차례 약속 위반을 반복해 이 합의서를 과연 지킬 것인지 깊은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랍 정상들의 베이루트 선언=아랍 지도자들은 2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폐막한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골란고원과 시리아 영토를 포함한 아랍영토에서 완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주권 독립국가 수립을 수용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사우디의 중동 평화안에 최종 합의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사우디 평화안 등을 담은 '베이루트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으며 최종 합의안의 명칭은 '아랍평화 발의(Arab Peace Initiative)'라고 발표했다. 사우드 알 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이 평화안은 일괄적인 것으로 이스라엘이 특정부분만 떼어 수용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계속 보유하면서 평화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합의한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하거나 보상을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유엔 결의안 제194호에 의거해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공명정대하게 해결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 평화안은 또 이스라엘이 수도를 동예루살렘, 영토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자치지역으로 하는 독립적이고 주권을 지닌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수용하도록 못박았다.

◇과격 이슬람 단체와 이스라엘의 반대=이날 합의에 대해 팔레스타인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반발했다. 과격단체 하마스의 레바논 지부는 아랍정상회담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사우디 평화안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열망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이스라엘은 사우디의 중동평화안과 관련,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은 이스라엘을 파괴할 것"이라며 "현 형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엠마누엘 낙숀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수백만명의 이스라엘 귀환과 더불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내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안은 결국 유대국가의 종언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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