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2-03-28 14:00:00

어디선가 날아든 흰 나비 한 마리가

자취도 없이 나래짓하며

배추꽃에 앉았다,

작약꽃에 앉았다 한다

홀린 듯 따라 맴돌다간

양지쪽 바른 자리에 나 또한

퍼질러 앉는다

봄햇살이 꿈만 같다

들리는 소리 하나 없이

자취도 없이

어디선가 날아든 흰 나비 한 마리가

다시 두 마리 되어

철이른 작약꽃에 앉았다,

배추꽃에 앉았다 한다

겨우내 무거웠던 마음일랑 죄다 밀쳐내고,

그리고도 얼마만큼 더가벼워서야

희고 노란 나비가 될 수 있을가

꽃이 될 수 있을까

-김상환 '봄나비'

요즘은 봄이 돼도 나비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생태계 교란 때문이다. 농약과 환경오염물질이 나비와 벌을 없앤 것이다.

벌은 수입까지 한다니 참! 인간들 정자 속의 정충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보도를 봤다. 인간이 이럴진대 곤충인들 오죽하겠는가.

이 시는 계절에 맞는 아름다운 시이다. 세속의 탐진을 버려야 나비처럼 가벼워진다는 노장의 사유까지 엿보인다. 올 봄에는 나도 나비처럼 가벼워지고 싶다.

김용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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