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舊韓末) 개화기 당시 이 땅을 침탈한 서구 열강의 신식 선박들은 우리 선조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수만리 뱃길을 거침없이 달려와 새로운 문명을 끝없이 쏟아내는 화륜선(火輪船)이야말로 신비요 경이 그 자체였던 것이다.
증기기관식의 화륜선은 당시 이 땅의 선남선녀들이 그토록 사죽을 못 쓰던 하쿠라이(船來品·배에 실려온 외래품)를 실어나르는 동안 감히 넘볼 수 없는 서구 문명의 상징으로 우리들의 의식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던 게 분명하다.
▲엊그제 26일 현대중공업이 1천번째의 원유운반선인 11만3천t급 오버시스포틀랜드를 건조, 선주측에 넘겼다 한다. 현대중공업이 창립 30년만에 1천번째 선박을 건조한것은 최단 기간에 선박 최다 건조 기록이라니 놀랍다.
70년 당시 조선소 부지로 쓰일 백사장 사진과 설계도면만 갖고 그리스의 선박왕 리바노스로부터 26만6천t의 초대형 유조선 애틀란틱배런호를 수주한 '정주영 신화'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72년 회사를 창립, 74년에 첫 작품인 애틀란틱배런호를 건조한 이래 28년만에 대형선박만 1천척 건조라니 참 자랑스럽다.
▲우리 조선업계의 선박건조 능력이 세계 1위라 한다. 나날이 높아지는 국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수출 1위 품목으로 외화벌이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화륜선의 위용에 전전긍긍한 지 불과 70~80년만에 최신예 함선을 세계에서 제일 많이 만드는 조선 강국으로 거듭 태어났으니 그 감회야말로 비할 바 없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D램 반도체, 초박막 액정표시장치, 휴대폰, 냉연 강판, 폴리에스터 섬유 등 열 손가락도 넘을 제품이 세계 첫 손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경제개발 40년에 이쯤의 성과면 경망스레 자만할 필요는 없겠지만 스스로 긍지를 가질 만은 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땀흘려 이땅의 경제건설에 역군 노릇을 한 그 분들의 노고에 새삼 고개 숙여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이 정신차려 그동안의 땀의 결과를 더욱 성숙시킬 때가 된 것만 같은데…. 글쎄 대선전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여야의 모양새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찬석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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