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엑스맨

입력 2002-03-27 14:22:00

▨엑스맨(X-men)이 영화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초능력을 갖게 되는 계기가 돌연변이로 설정돼 있다. 돌연변이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으로 영화는 시작하며, 돌연변이 영재학교가 등장하고,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국회에서 등록법안을 심의해야 할 정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초능력은 ESP와 염력이다. ESP(extrasensory perception)는 투시나 예지 같은 초감각적 지각을 가리키며, 염력(PK, psycho-kinesis)은 물리적 힘을 동반하는 정신력에 의한 초자연 현상을 일컬는다. ESP와 염력은 1930년대 미국 듀크대학의 J B 라인에 의해 연구가 시작돼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이같은 연구들은 아직 뚜렷한 성과나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이비 과학이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 구미의 일부 대학에서는 학위까지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영화나 대중매체에서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된 양 대중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재생능력을 지닌 울버린은 모든 골격이 아다만티움이라는 파괴 불능의 금속으로 돼 있다고 검사에서 나타난다. 모든 골격이 뼈가 아니라 금속으로 돼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골격은 척추동물과 같이 근육 안에 있는 내골격이든, 곤충이나 갑각류처럼 골격 안에 근육이 있는 외골격이든 몸의 형태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정도라면 금속으로 돼 있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뼈는 조혈작용과 칼슘 저장고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뼈의 중앙 골수강이라는 곳에는 골수가 있는데 여기서 혈액의 주요 성분인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생성된다. 또한 우리 몸의 칼슘의 99%를 저장하고 있는 칼슘의 저장고가 바로 뼈이다. 금속으로 된 뼈로는 상상하기 힘든 기능이다.

영재학교 학생 바비가 수업시간에 불을 얼리는 장면도 설정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은 불 자체를 물질로 생각했다. 물체가 타는 것은 물체에서 플로지스톤(열소)이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 학설은 불이 탈 때 무언가 빠져나간다고 하는 인식(나무를 태우면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가벼운 재만 남는다는 식)과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18세기에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이론이었다.

이는 프랑스의 과학자 라부와지에의 실험에 의해 뒤집혔다. 그는 금속 조각에 불을 붙여 태운 재는 금속의 질량보다 (주변의 줄어든 공기 양만큼)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라부와지에는 금속과 결합한 공기중의 원소를 산소라고 이름지었고 플로지스톤설은 종지부를 찍었다.

불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이다. 열은 원자와 분자의 무질서한 운동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고, 불은 물체가 연소를 통해 산소와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현상일 뿐이다. 따라서 분자의 운동이 격렬하다는 것은 그만큼 온도가 높다는 것이고, 분자의 운동이 작다는 것은 온도가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을 얼린다는 것은 분자의 운동 속도를 빠르면서도 느리게 하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빠르고 천천히 달려"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구미 진평중 교사 nettre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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