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시장 비자금 수사 '문건확보'강한 의지

입력 2002-03-26 14:51:00

'문희갑 대구시장의 비자금 문건을 찾아라'.대구지검이 문건 작성자인 이광수씨와 문건 공개자인 김진영씨의 집과 사무실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비자금 문건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비자금 수사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문건확보 여부는 검찰 수사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 이와 관련 정현태 1차장검사는 "비자금 문건을 입수, 검토해야 수사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문건확보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25일 심야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비록 비자금 문건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나름대로 '결정적' 수사자료를 확보했다. 김씨가 지난 달 말 비자금 문건을 갖고 대구시청을 방문, 문시장과 14분 정도 나눈 대화를 기록한 녹취록과 이씨가 비자금 문건을 건네면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2시간 분량의 녹음테이프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비자금의 성격 및 조성과정 등 비자금의 위법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면밀히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문건확보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압수수색외에 이씨의 소재파악에 치중하는 한편 도주를 막기 위해 이씨를 출국금지조치하는 등 이씨를 통한 문건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소환하는대로 비자금 문건을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는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씨와 김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문건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에 문건 제출을 재요청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현재 문시장 비자금 문건은 한나라당 중앙당과 강재섭 대구시지부장이 각각 1부씩 보관하고 있다.

문건 공개자인 김씨가 등기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앞으로 문건을 보냈으며, 대구시지부에 도착한 문건은 강지부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문건제출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을 통한 문건입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한나라당을 상대로 문건확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중앙당사 또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정치적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문건확보 여부와 관련 정 차장검사는 26일 "아직 문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미뤄 이미 문건을 확보, 비자금 관련자들의 혐의를 일부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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