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색다른 영화홍보를 벌였다. 주인공 노마크, 딴따라 등의 모습을 캐릭터화한 국산 '클레이애니메이션'(점토로 만든 인형으로 동작을 잘라 찍은 뒤 영화처럼 편집한 장르)은 당시로선 획기적.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화배우들이 개봉전에 TV쇼프로에 얼굴을 팔아야 했다. 최근에는 상당수 우리영화 홍보가 온라인상의 '공식홈페이지' 또는 '인터넷카페'에서 이뤄지고 있다.
홈페이지는 출연진 소개나 영화의 줄거리 소개 정도가 아니다. 100% 양아치 무비, '정글쥬스'(www.junglejuice.co.kr). '플래시(애니매이션)'에 열광하는 젊은 관객을 위한 본편영화 비틀기가 사정없다.
놀이터에 쪼그려 앉은 기태와 철수. "돈가방 안 찾아오면 때려줄거야" 말풍선으로 그려진 보스의 엄포에 벌벌 떤다. 두 사람이 안쓰러운 듯 웬 나이어린 여자가 CF처럼 "부자되세요"라고 하자, 둘 역시 "우리 걍(그냥) 부자되게 해주세요" 따라 외친다. 그러자 철수의 얼굴이 갑자기 탤런트 강부자로 변한다(허걱). 본편 영화처럼 정신이 없다.
짧은 플래시가 보여주는 스토리와 반전, 그리고 엽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영화홍보방식이다.
영화 '집으로…'(www.thewayho me.co.kr)의 인트로화면. 할머니의 초가집을 배경으로 할머니와 외손자가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는데 둘의 뒤로 출연진들이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있다.
동네할아버지를 클릭하면, '프로필-자전거 박영감, 나뭇가지 하나로 읍내 지리를 가르쳐준다'. 지붕위의 닭을 마우스로 누르면, '천진난만한 닭, 비를 맞으면 센티멘털해짐, 변한모습(백숙 한 그릇)'이 뜬다. 밋밋한 텍스트보다 얼마나 상큼한 발상인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www.findalife.co.kr)은 가장 특이한 양식. 광고카피 '여자본心, 남자본色'처럼 홈페이지도 알록달록한 모자이크다. 조각 하나하나가 흩어졌다 뭉치면서 다음화면으로 넘어간다. 깔끔한 인터스페이스는 영화의 이미지와 동일감을 준다.
물론 '복수는 나의 것'(www. myboksu.co.kr), '공공의 적'(www.00enemy.com) 처럼 진중한 영화는 피가 뚝뚝 흐르거나 시커멓게 그려진 화면으로 영화의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스냅사진으로 꽉찬 홈페이지. 관객을 향한 황홀한 '스냅'을 계속 날리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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