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공·사교육 충돌(중)교육비 부담 줄어드나

입력 2002-03-22 15:26:00

교육부가 보충수업을 허용한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 경감이지만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리란 예상이 더 많다. 우선 보충수업비가 학원비나 과외비에 비해 싸다고 하지만 이 역시 꼼꼼히 따져보면 만만찮은 액수다.

고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교 보충수업비는 시간당 700~800원이다. 1학년생의 경우 월 50시간 정도 듣는다고 보면 3만5천~4만원을 내야 하는 셈. 보충수업 시간이 지금보다 늘어 오후 6시 이후에도 하게 된다면 교사들의 식비나 야간수당 등도 더해져야 한다. 물론 종합반 20만원 안팎, 단과반 과목당 3만5천원 안팎인 학원비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보충수업비 외에도 의외로 드는 비용이 많다.

학생들은 보충수업 과목마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추가로 사야 한다는 데 불만이 컸다. ㄱ고 한 1학년생은 "1학기에 하는 보충수업은 분명 이중부담"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학원을 다니고 학원에서 쓰는 문제집을 샀는데, 보충수업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선택한 문제집을 또 구입해야 한다는 것. 교육부가 적극 권장하고 지역 상당수 고교가 아침 0교시 수업에서 활용하는 교육방송 역시 연간 20만원 가까운 교재비 부담이 적은 게 아니다.

밤10시 이후 학원 강의를 단속하면 학원비야 줄겠지만 또다른 비용이 발생한다. 집에서 공부하기 힘든 학생들의 경우 지금까지 학원 강의 후 빈 교실에서 하던 자습을 월 10만원 정도씩 들여 독서실에서 할 수밖에 없는 형편. 이진우(고2·대구 지산동)군은 "학교 자율학습도 감독비다 뭐다 해서 돈을 걷는데 보충수업에 자율학습까지 학교에서 모두 한다면 독서실비까지 해서 예전보다 드는 돈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학원들의 편법 운영과 고액 과외 성행 가능성이다. 학원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심야 강의 단속 방침에 반발하면서 금방이라도 편법으로 돌아설 태세였다. 서구 한 학원장은 "학원은 아예 문을 닫고 10명 미만씩 학생들을 그룹으로 묶어 공부방 형태로 운영하면 단속할 명분이 없다"면서 이 경우 학부모 부담은 두배 이상 늘어날 거라고 했다.

학원 강사 윤모(45)씨는 "심야반 단속은 위헌 소지가 있지만 정 안된다면 과거처럼 새벽 5시반, 6시반 등이 생겨날 수 있다"면서 "학원 강의 듣고 0교시에 등교해 잠자는 모습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릴 여지도 커진다. 학교 보충수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부담이 크더라도 과외 뿐이기 때문. 전교조 관계자는 "정규 수업과 학급 활동 등을 지원해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게 아니라 사교육 영역을 학교 교육에 끌어들여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교육부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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