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최 최고인민회의

입력 2002-03-22 14:04:00

북한이 보통 4월 초.중순에 열던 최고인민회의를 앞당겨 올해 제10기 5차회의를 오는 27일 평양에서 개최한다. 남한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소집시기는 상반기 경우 4월 초.중순, 하반기는 11월이나 12월이었다. 따라서 3월말로 앞당긴 것은 이례적이며 90년대 이후는 처음이다.

◇제10기 5차회의 안건=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 결산과 올해 예산의 승인, 법령제정 및 승인, 국가기구 개편 및 조직인사 등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예산은 215억7천80만원(97억6천54만3천 달러, 당시 1달러=2.21 북한 원)이었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경제부흥과 국방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경제.국방분야 예산규모가 주목된다. 또 올해를 경제부흥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 새로운 '인민경제발전계획안'이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77년 12월 제6기 제1차회의에서 제2차 인민경제발전 7개년 계획(78~84년)을, 87년 4월 제8기 제2차회의에서 제3차 7개년 계획(87~93년)을, 94년 4월 제9기 제7차회의에서 완충기(94~96년)과업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선 제4차 7개년 계획이나 새로운 경제발전계획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남한 입장에선 2000년말 제4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서명된 투자보장, 청산결제, 이중과세방지, 분쟁해결절차 등을 담은 남북경협 4대 합의서 비준이 이뤄지지 않고있는 만큼 이 합의서가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만일 이번 회의에서 남북경협 4대합의서가 비준될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 북측이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국가기구 및 조직개편과 관련 부분적인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조기소집 배경=북한이 올해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를 앞당긴 것은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4월15일) 행사를 성대하게 준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의 제목을 '위대한 수령님 탄생 90돌을 맞는 올해를 강성대국 건설의 새로운 비약의 해로 빛내자'라고 할 정도로 김 주석의 90돌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해왔다.

그런 만큼 정기회의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4월부터 명절분위기를 고조시켜 관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5차회의 일정도 하루에 그칠 공산이 높다.

이와 함께 정기회의 개막 날짜를 앞당겨 김 주석 생일을 경제건설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계기로 삼으려는 속셈도 작용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상반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전년도 예산 결산 및 당해 연도 예산심의를 진행하면서 각 경제분야의 과업을 제시하고 과업수행에 전 주민이 떨쳐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최고인민회의 구성=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남한의 국회에 해당하며 △헌법개정 △법령 승인 △국방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내각 총리 등 국가기관 간부 선거와 소환 △인민경제발전계획 심의 및 승인 △조약 비준과 폐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북한헌법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최고 주권기관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며 국정 전반을 추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는 임기 5년의 대의원 68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1년에 한 두차례의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를 열 수 있도록 북한헌법에 규정돼 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