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하자!하자!

입력 2002-03-22 14:13:00

"생계는 제가 책임질 테니까, 당신은 대학가서 공부하세요!" 주변에 살고 있는 마리사씨가 남편에게 하는 말이다. 마리사씨는 필리핀사람인데 유치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다. 필리핀과 달리, 한국은 대학을 나와야 하는 학벌위주의 사회임을 알고, 남편더러 진학하도록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학벌위주의 풍토때문에 입시위주의 교육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0교시 폐지 운동이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0교시 폐지론에 불을 지핀 것은 MBC '!느낌표'의 '하자! 하자!'코너이다. 아침밥을 거르고 새벽에 등교하여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자 0교시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불붙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단속에 나서고 세계 인터넷 청소년 연맹(WIFFY)이 0교시 폐지 온라인 서명을 벌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인문계고교의 절반 이상이 오전7시30분에 등교를 한다고 한다.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에서 인문계 고교 74개 조사 결과, 오전 8시까지 등교하는 학생은 86.5%, 64개교였다.

특히 대구의 11개교 가운데 7개교는 7시 이전까지 등교하여 대도시 중 등교시간이 가장 빨랐다고 한다. 그러나 현 실정은? 대부분 학생들이 방과 후 과외공부의 여파로 0교시에 잠부족을 해결하고, 온종일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학벌주의 때문에 0교시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학교 당국이다. 0교시를 하지 않을 경우 공부를 시키지 않는 학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어느 대학에 몇 명, 전원 대학 진학이라는 명분쌓기에서 자유로워져야한다. 공부해서 대학가는 목표만이 아닌 진정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을 해야한다.

교육(education)은 각자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고 이끌어 내는 것이지 않은가! '하자! 하자!'의 외침으로 참다운 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 '하자! 하자!'가 학생들의 공부만이 아니라, 학교 당국의 올바른 참교육을 위한 '하자! 하자!'의 외침으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

이점숙(수녀.가톨릭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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