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이 테러 부른다

입력 2002-03-22 00:00:00

미국이 테러 척결을 외치며 필리핀, 예멘,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에 파병하고 아프간에 이어 이라크로 대(對) 테러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세계 도처에서 미국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숙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 테러전이 테러를 근절하기는커녕 테러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속출하는 미국겨냥 테러=페루 수도 리마 주재 미국 대사관 부근 엘폴로 쇼핑센터 밖에서 20일 밤 (현지시간) 차량 폭탄 폭발 사건이 발생, 9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

페루 당국은 2개의 차량폭탄이 20일 밤 10시45분(한국시간 21일 낮 12시45분) 리마 중심가의 한 은행 밖에서 폭발해 호텔 1곳과 미국대사관 건너편의 은행이 피해를 입었으며, 인근의 자동차 3대도 불길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페루에서 근 10년만에 발생한 최악의 이 폭탄테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사흘 앞두고, 외교단지에서 단 10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페루 내무장관도 테러범들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겨냥해 이번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한 기독교 교회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미국 외교관 가족 2명 등 5명이 숨지고 미국인 10명을 포함 46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경찰은 이 교회가 미국 대사관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져 있어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와 함께 지난 15일 예멘에선 한 대학생이 수도 사나 주재 미국대사관에 수류탄 1발을 던진 뒤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더 꺼내 던지려다 경찰에 체포됐으며 미 대사관이 위치한 사나 시내 북동부 사완지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예멘을 방문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테러전쟁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한 지 하루만에 발생했다.

파키스탄에선 또 지난 2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월 스트리트 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를 납치, 살해했다.

◇미국의 대응=잇단 테러와 미국의 대 테러전에 대한 이슬람권의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 미국의 대 테러전 강행기조는 불변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 전쟁 수행을 위한 국방비와 국내 안보 비용 등으로 271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21일 밝혔다. 백악관은 의사당에 배포한 배경 설명 자료에서 테러 전쟁과 관련한 국방비 증액분으로 140억달러를 요청하고 국내 안보 강화를 위해 53억달러를 추가 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날 페루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했지만 예정대로 페루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부시대통령은 23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페루를 국빈 방문한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또 아프간에서 탈출한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요원들을 추적 소탕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 병력을 파견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요원들이 파키스탄 서북쪽 산악지대에 은신하면서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을 넘나들며 미군과 그 동맹군을 공격하고 있는데다 일부 알 카에다 요원들이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로 잠입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