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바람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어느 스포츠지는 '야구보다 재미있다'고 1면 톱으로 보도했나하면 어느 언론매체는 "경선에서 1등을 한다면 이는 정치혁명"이라고 규정했다.
학벌이라야 겨우 상업고등학교 졸업인데다 본가는 물론 처가마저 평범한 농민들이어서 혈맥도 신통치 않다.그리고 당내 기반도 별로 없는 우리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자신의 표현대로 비주류(非主流)인 것이다. 그런 그가40년 만에 처음으로 전라도 땅인 광주에서 진실된 의미에서 경상도 사람이 1등을 하여 지역주의 타파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게다가 하루마다 1등이 달라지는 국민경선제의 '흥행' 성공의 영향으로 민주당은 물론 노 후보의 인기도 올라 각종 여론조사에서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최고 21.4%포인트나 앞서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음모냐 작전이냐
'광주 감동'에서 출발된 노 후보의 바람은 현재로서는 굉장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여야 모두 노풍(盧風)의 실체가 무엇이냐를 놓고 분석이 한창이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아무래도 '호남·충청 연합'의 필패론(必敗論)을 대신해서 13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이회창 총재를 앞선다는 여론조사로 영남후보론이 힘을 얻은데다 경선을 며칠 앞두고 나온 광주·전남지역 지식인 266명의 노 후보 지지선언,여기에다 전남 도청의 목포·무안 이전 결정에 따른 반발 등이 합쳐진 것이다.
결국 누구이든 이회창을 이길 수 있는 카드면 된다는 소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논리이며 이것이 사실이라면90년 함평·영광 보궐선거에서 경북출신이 당선된 이수인 현상과 비슷한 고차원적 지역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설사 그렇다해도 외형상 이룬 지역주의 타파효과는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요인은 소위 음모론이다. 음모론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지금은 구속돼 있는 유종근 전북지사이다. 그는 사퇴직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ㅂ씨, 당내 ㄱ씨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고 다음 후보 사퇴자는 한화갑후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그대로 실현되었다.
그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측에서도 음모론이 나왔다. 19일부터 나온 소위 김심(金心)개입설이 그것이다. 노무현의 돌풍, 3후보의 사퇴, 그리고 '광주 감동'도 모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작이 아니냐는 내용이다.그리고 이인제가 당한 3재(災)도 우연치고는 너무 묘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1등을 한 광주감동은 하나의 음모라는 주장이다.그럼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냐로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순전히 추론이지만 국민의 감으로는 단박청와대의 박지원 특보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DJ가 그토록 국민적 비판을 받아가면서 박 특보를 임명했겠느냐에서부터, 임명 당시 박 특보의 임무는 대북(對北)관계가 아니면 정계개편 등 정치문제가 아니겠느냐 하는 추론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발하고 거창한 플랜은 그가 아니고는 세울 수 없는 지략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김심은 무심(無心)'이고 "귀신이면몰라도 사람은 발자국을 남긴다"는 말로 개입설을 부인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민주당이 실시한 국민경선과 노무현 카드는 일단 정치적으로는 대성공이다. 마키아벨리가 권고한 "세상이놀랄 만큼의 특이한 방법을 보이라"는 명제를 실천한 셈이다. 이쯤이면 이는 음모라기보다는 작전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인판단이 아닐까.
◈盧風도 국민이 판단
노무현의 등장은 탈기성(脫旣成) 탈주류(脫主流) 탈권위(脫權威)라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 시대의 정치 틀을 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불신을 받는 기성정치를 깨자는 화두는 던져진 셈이다.
"시대가 바뀌면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은 물론 "산업화 시대의 생존방식이 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다"는 미래학자들의지적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벌써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솔직히 말해 국민경선이 위대하다고 해서 거기서 1등 하는 대선후보가 위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경선의 거품이 빠지는 중반 이후는 국민이 냉정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노 후보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그때 국민은정보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를 펼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다. 그리고 DJ 전도사에 대한 평가도,요트를 즐기는 것과 서민지도자 이미지와의 모순도 평가할 것이다.
옛날 중국 진시황때 도사 노생은 진망자호(秦亡者胡:진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는 호)라고 했다. 진시황은 호가 흉노라고 생각하고 만리장성을 쌓아 이를 막았다.그러나 진나라는 아들 호해(胡亥)에 의해 망했다. 호(胡)의 의미를 잘못 읽은 것이다. 노무현의 등장 의미도 잘 읽어야 한다.돌풍으로 끝날지 태풍으로 이어질지는 국민이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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