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커스-문시장 '비자금'파문

입력 2002-03-20 14:31:00

문희갑 대구시장의 비자금 관련 문건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한나라당의 대구시장 경선 구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문 시장은 비자금 파동 여부에 상관없이 3선 출마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평소 '반문(反文)' 입장을 견지해온 지역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시장 후보로 나선 일부의 문건 파동 직·간접적 연루설까지 나돌고 있어 자칫 경선 구도 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선출을 둘러싼 '제3후보론'이나 '합의추대설' 등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문시장측 입장=측근들은 이미 1개월전부터 비자금 관련 파일이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초기에는 미지근한 대응을 했다. 문 시장측은 우선 자금의 출처가 재임기간 동안 조성된 것이 아니라 10년전 서갑 보선 때 남은 자금으로 '구린돈'이 절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비자금 관리나 용도에 대해 문 시장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으며 대구경제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이모씨가 전적으로 관리해온 만큼 엄밀한 의미에서 문 시장 개인의 비자금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측근은 "도덕적인 비난을 받거나 법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자금을 개인재산으로 등록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솔직히 시장 본인도 비자금 규모나 용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문 시장은 일단 20일 출마선언과 함께 후보 신청을 하고 또 향후 불거질 '문건 파장'도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타 후보들과의 관계 및 반응=윤영탁·박승국·이원형 의원은 이미 이달초부터 비자금 관련 문건의 유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문 시장이 '3선'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예측 아래 나름대로의 입장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후보로 나선 의원들은 문건의 존재 유무와 출처에 대해 문시장이 입장을 밝힐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문 시장이 3선 출마를 강행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 의원이 문건 유출 초기부터 문 시장의 3선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됐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고 또 다른 의원은 문건의 공개와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강력히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비자금 불똥이 경우에 따라 시장후보 경선은 물론 한나라당 자체에도 큰 부담을 떠안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역 국회의원들 입장=우선 곤혹스런다는 반응이 주류다. 중앙당이 내분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텃밭인 대구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시민들의 시각이 경선을 둘러싼 후보들간의 '폭로전' 성격으로 비쳐질 경우 당 이미지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강재섭 부총재는 조용하다. 그러나 강 부총재로서는 어떤 방식이든 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상당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백승홍·김만제 의원 등은 "어차피 불거진 문제인 만큼 당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금 파일이 시장 경선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이미 시장 후보와 관련, 대안론도 대두되고 있다.

지역 모 중진 의원은 "경선 구도가 혼미 속으로 빠져들 경우 제 3후보론이나 합의추대설이 다시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선은 21일로 정해진 후보신청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기자·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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