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봄처럼 활짝 핀 정치를

입력 2002-03-20 00:00:00

한국사회가 비록 불공정하고 무질서하더라도 선진 외국에 비해 신분상승의 기회는 비교적 많은 나라다. 과거에 우리사회에서 자수성가나 입지전적 인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은 이런 사회적 구조를 반영 한 것이다.

못사는 계층의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이런 기대치는 그 동안 소외계층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요소를 상당부분 잠재워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IMF 이후 우리사회도 빈부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선진 외국처럼 상.하류 계층간의 신분구조가 고착화하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있다.

사회가 고도화로 진행되면서 부(富)의 축적 과정에 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교육을 통한 출세 역시, 부(富) 중심 사회로 바뀌어 소위 자수성가(自手成家)라는 명성을 얻는인물들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이 상태로라면 한국사회도 언젠가는 상류층이란 표현보다 귀족층이란 표현에 어울리는 새로운 신분 계층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계층간 이해 충돌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사회적 갈등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간의 사회적 역할에서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의 갈등은 이러한 구성원간의 이해 충돌보다 비리의 관행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권력형 비리가 구성원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특검팀을 통해 밝혀지고 있는 각종 비리관련 게이트는 우리 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이러한 부패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 케이스다. 문제는 이러한 부패구조가 IMF 이후 소외계층에게 점차 큰 실망감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기대가치와 현실가치의 갭이 커지면 '참을 수 없는 상태'에 도달, 혁명적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는 국가의 사회적 사정에 따라 쿠데타 또는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으로 표출되는데, 우리의 경우는 계층간 갈등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IMF 이후 경제적 타격을 입은 한국의 실정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비합리적 선거의 결과물

정치가 바로 서야 된다는 이유도 바로 이런데 있다. 정치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행위 자체이나 이것이 올바르게 행사되지 못할 경우 피지배계층에게 주는 피해는 엄청나다. 나라의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올해 실시될 두 가지 선거(지방선거와 대선)는 이런 측면에서 정치인들의 제대로 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대권을 향해 뛰고 있는 여야는 정파의 이익에 앞서 국민적 갈등을 풀 지혜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민의(民意)를 바탕으로 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야 안정된 선거를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선거 후의 민심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선거는 그 동안 국민적 합의보다 정파의 이익에 따라 편리하게 치러졌다. 그래서 부당한 일부의 선거결과는 적당한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됐고 이것이 부패의 고리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계층간의 이해 충돌도 근본적으로는 이처럼 비합리적인 선거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국민합의 따른 선거돼야

이젠 우리 국민들의 욕구도 다양하면서 합리적인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겠다는뜻이기도 하다. 국가가 부여한 사회적 기회가 능력에 따른 정당한 배분으로 이어진다면 계층간의 문제는 합리적 성향의 다수 국민들에 의해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는 언제나 정치권이 중심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계절의 봄과 함께 우리에게는 정치의 봄이 다시 찾아왔다. 봄은 희망의 상징이자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의 정치의 봄은 봄다운 모습으로 제대로 다가온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본격적인 선거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의 정치도 봄날의 새싹처럼 새롭게 피어났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정구(경북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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