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 사는 주부 김민숙(가명)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며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외출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봉양의 의무가 당연히 며느리 몫이라 여기는 남편과 잦은 말다툼을 벌였고, 심지어 이혼까지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른바 '지옥부양'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전국 28만명. 경북도내에서는 2만5천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행정기관에 신고된 환자는 700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중 도내 요양시설에 수용된 환자는 316명뿐. 시설이 부족하고 이용료가 비싼 탓도 있지만 대부분 가정에서 치매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 결국 치매노인의 99%를 가정에서 돌보는 셈.
가정에 있는 치매노인들의 부양은 대부분 주부의 몫이다. 최근 조사 결과 이들 부양주부들은 심리.육체적부담, 사회활동 제약, 남편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이혼이나 가출을 생각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노인학대로 이어지는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노인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부양자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치매노부모 부양가족을 위한 정서적 지원방안' 프로그램을 개발, 지역 행정기관 및 사회복지시설 등을 통해 보급하기로 했다. 총 15차례에 걸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부양자들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매부모를 대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 지난해 영주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민정 주부도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했었다. 시어머니 방에 밥상만 넣어놓고 살펴보지도 않았던 김씨는집단상담을 하며 마음을 바꿨다. 치매로 말귀도 못알아듣는 시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식사도 손수 떠먹이며 정성을 기울였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화를 내던 시어머니가 차츰 변했다. 며느리가 손쉽게 기저귀를 갈도록 허리를 들어줬다. 남편과의 불화도 잦아들었다.
최외선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영남대 교수)은 "단순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라는 집단상담은 아니다"며 "비슷한 처지의 부양주부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자신과 치매노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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