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오후

입력 2002-03-18 14:09:00

이상한 일이에요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풀꽃은

이 세상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벌레 한 마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그 숨결이 얼마나 소중한지요

당신이 앉으면

둘레는 갑자기 눈이 부시고

햇살도 한결 따사로워요

아, 내가 이 세상에서

이렇게 설레며 살아가는 것은

그래요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의 눈빛 하나로

온몸이 떨리기 때문이에요

이진흥 '연가.3'

연가(戀歌)라면 흔히 이성을 생각하기 쉽다. 이 시 역시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조금 각도를 달리해서 읽어 본다. 여기서 '당신'을 자연만물의 어머니인 大地(흙)로 읽는다.

그러면 이 시는 아름다운 생태시가 된다. 작은 풀꽃 하나, 벌레 한 마리조차도 대지의 손바닥 위에서 얼마나 소중한가. 마찬가지로 당신을 절대자로 읽으면 훌륭한 종교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내포와 외연이 넓은 시라 할 수 있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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