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생태관광의 해 대구.경북의 생태공원-(11)울릉도

입력 2002-03-18 14:18:00

울릉도.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진 동해의 보고다. 신라 이전에는 우산국으로 불리며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해상국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512년 지증왕 13년 신라장군 이사부에 의해 신라에 속하면서 우산국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97년 서울대박물관(관장 최몽룡)의 지표조사 결과 청동기시대(기원전 1000~300년) 또는 철기시대 전기 (300년~1년)부터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을 뜻하는 고인돌(지석묘)과 무문토기.갈돌.갈판 등이 울릉군 서면 남양마을과 현포리 일대에서 발견돼 우산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되고 있다.

◆생태학적 가치

180만년 전 화산폭발 뒤 50만년 전에 비로소 현재 형태를 갖추었다. 650여종의 관속식물 중 자생식물이 400여종이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맞춰 진화했을 독특한 고유식물만 40여종에 이르는 원시림이 살아 있는 식물자원의 보고이다. 또한 종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가장 적합한 야외 실험실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섬노루귀와 섬현호색.우산고로쇠 그리고 30년만에 다시 발견된 멸종 위기종인 섬시호(약초)가 처음으로 발견되고 신종으로 기록될 노랑말오줌나무와 추산쑥부쟁이 등 희귀식물들이 총집합돼 있다. 김종원교수(계명대 생물학과)는 "울릉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며 생태공원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분별없는 개발

최근 개발과 환경보전을 두고 주민들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항만개발과 일주도로 공사 등으로 신비의 섬이 콘크리트 덩어리로 변해가고 있다.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된 남양마을의 조약돌 해안(1km)이 항만시설 개발계획에 밀려 해양생태계 파괴와 항포구 원형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섬에서 가장 긴 조약돌해변과 수심이 완만해 해수욕장으로도 잘 알려진 남양마을 포구가 지난 97년 3종어항으로 지정돼 해양수산부가 항만시설 개발 계획을 준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5월 난개발 감사과정에서 감사원은 남양항 시설계획에 대해 부적절 결론을 내리고 울릉군과 해양수산부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부는 2월27일부터 또다시 예산을 절반규모인 350억원으로 축소, 남양항공사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 조약돌해안의 원형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문화재 지정필요

"21세기를 지향한다면 차라리 레저항으로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는것이 오히려 바람직 합니다". 섬에서 가장 많은 전설과 문화유산을 보유한 마을을 어항으로 개발할 경우 많은 문화적인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김성권(41.문화원국장)씨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국장은 "조약돌 해변 주변 사자암과 투구봉은 신라에 항복한 우산국 우해왕이 던진 투구가 돌로 변해서 사자암과 투구봉이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조약돌 해안과 주변 비파산 풍광은 천연기념물이나 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 했다.

오각형 모양의 울릉도 15개 항포구에는 지난 97년 완공된 어선 600여척 수용 규모의 저동항을 비롯, 지난 80년부터 총공사비 449억원이 투입돼 공사가 진행중인 현포항과 천부마을의 천부항.태하3종어항.도동관문인 도동항 시설 등이 있다.

◆포구마다 항구 개발

남양리 마을과 8㎞떨어져 차량으로 5분거리인 사동리에 이미 93년부터 추진중인 울릉신항만 공사는 접안시설 3천900m와 외곽시설 3천790m, 15만7천여평 규모로 여객선과 화물선.어항.레저항 등의 다목적 항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남양마을 지역민 일부를 제외한 섬지역 대다수 주민들은 해양환경 파괴가 우려되는 무분별한 항만개발을 변경, 자연관광 육성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며 남양항 공사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해안.해저 생태계 위기

푸른 동해바다와 어울려 기이한 형상으로 자리잡은 신비의 섬 울릉도가 소득기반 확충과 군사시설을 이유로 과다하게 파헤쳐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리분지와 말잔등에는 군사기지 건설로 식수원이 오염되고 있고 산허리가 잘리고 항만공사 등으로 해안과 해저 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또 북면 석포리 마을 일대는 국방부가 대규모 땅을 매각하는 바람에 동내 주민들이 이주해야 할 서글픈 사연도 갖고 있다. 개발 논란 속에서 섬은 이미 태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구상에 몇 안되는 희귀식물의 보고이자 진화의 신비를 풀어줄 젊은 대양섬 울릉도가 더욱 위태롭기만 하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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