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게 낙천적이다 못해 어벙한 두 '인간'과 "이 세상은 내가 구한다"며 잔뜩 어깨에 힘을 준두 '사내'의 이야기를 다룬 버디영화 두 편이 봄 극장가를 찾는다. 이범수.장혁의 과장된 양아치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정글쥬스'와 터프가이 최민수의 시도 때도 없는 카리스마가 부담스런 영화 '서울'.
▨정글쥬스
오랜만에 참으로 아무생각없이 볼 만한 영화가 관객을 찾아왔다. 반가워해야할지. 영화 '정글쥬스'는 영화계 조폭추방을 표방하면서 '양아치'를 투톱으로 내세운 한바탕 슬랩스틱 코미디.
기태(장혁 분)와 철수(이범수 분), 두 '인간'(여기서는 사람의 낮춤말)은 청량리588 주변을 얼쩡대며 살아가는 순도 100% 동네 양아치. 어디 비빌데가 있나, 배운 기술이 있나, 비전이 있나…. 신세한탄이나 하며 기껏 멋진 건달을 꿈꾸는 3류인생들이다.
고물차 보닛 위에서 하드를 먹다 조직의 중간보스 민철(손창민 분)에게 끌려가 마약거래에 가담하게된 둘은 의욕을 앞세우다 거래를 망친다. 훔치려고 훔친 게 아닌데, 마약 값 2천만원을 토해내라는 민철을 피해 쫓고 쫓기다 부산까지 내려간다.중년여인에게 몸을 팔거나 어설픈 자해공갈로 2천만원을 만들어내려는 2인조의 노력이 눈물겹다.
하지만 영화는 이게 전부.온갖 약을 뒤섞어 만든 환각제 또는 칵테일의 일종인 '정글쥬스' 의미 그대로 뒤죽박죽인데다 뻔한 해피엔딩이다.
'화산고'에서 막 돌아온 장혁의 오버연기는 눈에 거슬리지만, 이범수가 연기하는 쌩양아치나 아주 망가지기로 작정한 손창민(머리까지 빡빡 밀었다)의 열연이 그나마 돋보인다. 어설픈 상황에도 웃음지을 수 있는 관객들이라면 반길 만하다. 22일 개봉.
▨서울
영화 '서울'은 총 제작비 80억원에 서울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한.일 합작 블록버스터다. 일본감독과 일본작가의각본을 따랐지만 영화의 무대는 서울, 공동주연 나가세 토모야를 제외한 주요 출연진이 모두 한국배우다.
범인 호송을 위해 서울을 찾은 일본인 신참형사 하야세 유타로(나가세 토모야 분)는 공항에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는 차량에 뛰어든다. 그러나 오히려 체포직전이던 범인을 놓치게 되고, 유일하게 범인의 얼굴을 아는 유타로는 72시간동안 한국에머물며 수사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유타로는 직접 사건 수사에 참여하려 하지만, 권위적인 서울시경 김윤철 부장(최민수 분)에게 사사건건 제지를 당한다.
둘은 놓친 범인과 연이어 터지는 현금강탈사건에서 음모의 낌새를 채고, 티격태격하며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닌다."지시는 우리가 한다" "시간엄수" 등 근엄하기 그지없는 '최민수 표' 말들이 왠지 우습게 들린다.
1시간 30분 내내 최민수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두들겨 맞는 나가세 토모야는 사명감이 지나친 나머지 어리버리해 보인다.그가 공항에서 돌아서는 최민수의 뒷 모습에존경에 찬 거수경례를 바치는 마지막 장면도 지나치게 기합이 들어가서인지 좀 코믹하다. 22일 개봉.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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