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근 지사의 말바꾸기

입력 2002-03-16 12:15:00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모든 역량을 바쳐 도정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의 결심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열린 경북도의회 제166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3선 출마 여부를 묻는 한 도의원의 질문에 대해 3선 출마할 것임을 사실상 공언했다.

그러면서 이지사는 지난번 지방선거때 언론 대담에서 3선 출마를 않겠다고 했던 일이 있음을 의식한듯 다양한 명분과 이유를 대며 자신의 3선 출마가 당연함을 주장했다.

이지사는 3선 출마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거취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면서 원로들과 각계각층의 여론도수렴했으며 그만두고도 싶었으나 도민의 기대와 여망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했다.

이지사는 또 국내외의 선거제도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3선 출마가 정당함을 강조하고 여론조사 결과도출마 이유로 내세웠다. 이지사는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최근 실시한 각종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선거와 관련, 압도적 지지를 얻고있는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출마의 뜻을 굳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이지사는 3선 출마를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지사는 그러나 '3선 불출마'를 공언했던 과거의 발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않고 그냥 넘어갔다. 정치인들의 '말'은 본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세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에 늘 주목을 받는다.

이지사는 지난 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이판석. 작고)와 선거전을 치르면서 언론대담을 통해"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소신껏 도청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댔다. 이지사는 그러나 약속했던 도청이전 문제도 해결하지 않았고 이제는 3선 불출마 약속도 깨려 하고 있는 참이다.

우리는 어린 세대들에게 '늑대와 소년'이란 우화를 들려주고 기회있을 때마다 인용한다. '내가 하면 낭만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항간의 농담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정치인의 식언(食言)이 당연시되는 세태여서 그런가. 정인열기자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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