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많은 신(神)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하염없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도록 가혹한 형벌을 받은 '아틀라스'라는 신이 있다. 이 신은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두 어깨 위에 나라를 떠받치는 무거운 짐을 언제나 지고 있어야만 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그들의 위상을 '아틀라스'에 비유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과학자들의 사기 저하는 과학기술의 쇠퇴로 이어지고, 국가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지만, 계속 잘못돼 가고 있다는 자조적인 한탄에 다름 아니다.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건 아니지만 그의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집념은 대단했다. KIST 설립 때 사재를 출연해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고, 그 건설 현장에 수시로 들러 막걸리를 마시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과기처 장관이 7년반이나 바뀌지 않은 사실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이끌어내지 않았던가.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건 자유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문계열과 의약계로만 몰려간다면, 도대체 누가 반도체와 자동차를 만들고, 일본의 이지스함 하나면 우리의 함대를 궤멸시킬 수 있다는데 누가 남아서 구축함을 만들 것인가. 누구나 21세기의 국력은 과학기술의 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부자 되세요' 신드롬이 황행하는 요즘 세태에서 '과학기술 입국'의 주역을 자부해 온 과학자들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때가 아닐까.
▲포항공대 김기문(金基文·화학과) 교수가 국내 과학자로선 처음으로 '제3세계 과학아카데미상(TWAS Award)' 수상자로 결정돼 화제다. '초분자의 합성 원리'를 밝힌 공로로 이 상을 받게 된 김 교수는 초분자를 '자기조립과 배위화학의 원리'를 이용, 그 구조물의 독창적 합성 원리를 확보했다 한다.
이로써 '키랄(chiral) 다공성 결정 물질'을 개발, 두 개의 광학 이성질체 중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하거나 합성하는 촉매로 쓸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는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3세계 과학아카데미(이탈리라 트리체에 본부 소재) 총회에서 수상과 함께 상금 1만 달러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룩한 학문적 성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요, 자신을 '아틀라스'에 비유하는 과학자들에게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천연자원도 관광자원도 빈약한 우리나라가 살 길은 과학기술 인력을 중시하고, 그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길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정부와 대학과 기업들이 이마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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