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이 파괴한 아프간 중부 바미얀의 거대 석불 유적을 복원하는 국제적 모임이 추진되고 있다.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위원회)는 오는 4월이나 5월경 이 모임을 소집할 예정이다.
◇바미얀 석불 유적의 파괴실태
최근 아프가니스탄 바미얀의 거대 석불 유적지를 상세히 조사한 유네스코의 고고학자 폴 부처러에 따르면 현재 바미얀 석불은 완벽하게 파괴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각 53m와 38m 높이인 최대 석불 2구는 지난해 2월과 3월 탈레반이 체첸 폭파전문가를 동원해 완전히 파괴했다.
당시 탈레반의 거대석불 파괴는 광범위한 국제적 비난을 불러일으켰으며 무슬림 지도자들도 비판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모든 석상은 우상이고 그들의 이슬람 신앙에 반한다며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다. 이 때문에 거대한 석상이 서있던 절벽도 폭발로 훼손됐다. 스위스 바젤 부근 부벤도르프에 있는 아프간 박물관장이자 바미얀 석불에 대한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부처러는 영국 BBC방송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잡석 아래 단지 몇 피트라도 부처상이 남아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고도로 전문적인 방법으로 파괴가 자행돼부처상은 깡그리 사라지고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었다. 좀 더 안쪽 핵심지역으로부터 몇몇 둥근 옥석이, 바깥쪽에선 손바닥 크기의 작은 회반죽 조각만이 발견됐다".
부처러는 이와 함께 카불 박물관도 방문했다. 카불 박물관의 수집 유물 역시 탈레반 병사들에 의해 대부분파괴된 상태였다. 부처러는 "엄청났던 박물관 전체 수집 유물이 6㎡정도의 파편무덤 크기로 줄었다"고 말했다.
박물관 큐레이터(전시기획자)에 따르면 모든 문화유물 상자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인간이나 동물형상의 파괴 유물은 열 사람이 망치로 3주나 걸려야 부술 수 있는 물량이었다. 큐레이터는 100여개의 작은 유물을 상자에 감춰 겨우 보존할 수 있었다.
◇바미얀 석불의 재건
유네스코는 바미얀 석불 재건 계획을 논의하는 국제 모임을 4, 5월경 소집할 예정이다. 아프간 임시정부도 한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불상의 재건을 원칙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석상이 서있던 절벽이 폭발로 훼손돼 석불의 재건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석불 재건엔 4년이 걸리고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미얀 고대 석불은 4세기경 가파른 절벽 사면에 조각됐으며 지난해 탈레반이 파괴하기 전까지 아프간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념물이었다. 2구의 석불이 있었던 아프간 중부 바미얀 지역은 실크로드의 중요한 연결지점이었다.
석불은 또 아프간 문화유산의 일부분일뿐 아니라 아프간 전쟁전까지 아프간에 외화를 벌어다주는 관광명소였다. 부처러는BBC방송에 출연, "부처상 복원에 광범위한 지지가 있다"며 "재건 결정 권한은 아프간 과도정부 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에게 있다"고 말했다.
◇바미얀 석불 재건의 의미
폴 부처러는 "바미얀 석불의 재건은 아프간이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는 증거이며아프간의 모든 인종적 종교적 집단간에 다리를 놓는 국가적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바미얀 석불의 파괴는 알 카에다 조직의 특별한 목표였다"고 말했다.
18세기에 일어난 이슬람 복고주의 교파 '와하비'파의 신앙은 세계적으로 이슬람교를 전파하고 다른 종교의 상징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바미얀 지역의 탈레반은 석불 파괴를 거부했다. 이에 알 카에다 추종자들이 체첸 폭파전문가들의 지시에 따라 파괴를 자행했다.
이제 바미얀 석불 재건축이 추진되면 후속 조치는 필요한 기금을 걷고 거대한 부처상을 조각하는 것이다. 부처러는 이와 관련 "석불 재건비용은 아프간 구호기금에서 마련할 게 아니라 따로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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