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로 되풀이됨직한 가상 시나리오 하나. 월드컵 문화행사로 대구시립오페라단이 공연할 예정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경우를 보자. 이 공연을 위해서 4억5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돼있는데.이중 3억원 정도가 무대장치와 의상제작비, 음향장비 대여비 등으로 쓰인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진수를 맛보려면 훌륭한 음악 못지않게 효과적인 무대세팅과 그에 걸맞는 의상연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소품도 소중하다.
그러나 이렇게 제작비의 상당액을 들여서 만든 무대와 아름다운 의상 소품 등을 보관할 때가 마땅치 않아서 폐기처분할 수 밖에 없다면 너무 아깝고, 아쉽지 않을까. 실제 대구지역에서 오페라, 연극,무용 등 무대공연때 수천만원을 들여 제작되는 각종 세트와 소품의 보관창고가 없어 폐물로 버려지고 있다.
대구시립오페라단과 연극단, 무용단 등에 따르면 대구문예회관의 경우 이런 비품이나 무대세트 등을 보관할 수장고가 없어 각종 공연때마다 사용한 무대장치들을 대극장 옥상의 임시 가건물과 연습실, 극장 복도등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
공연때마다 수천만원씩 들여 무대를 꾸미는 오페라단의 경우 그동안 무대소품을 대극장 뒷편 임시 천막집에 보관해 왔으나 VIP행사때마다 미관문제로 철거되면서 보관할 곳이 없어 초창기에 사용했던 세트 등 대부분이 폐기된 상태다.
이런 현상은 세트나 소품 등이 재활용되지 않고 있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대구지역에서 5개의 시립 혹은 민간오페라단이 활동하고 있고, 각 음대에서도 오페라를 수시로 올리지만 같은 작품을 잘 하지 않는데다 이미 공연된 작품이라도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세트나 의상 등이 바뀌고, 세트의 재사용을 꺼리기 때문.
대구 음악계의 한 관계자는 "세트의 재사용은 연출에 제한을 가져오고 무엇보다 전작과 비슷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현실적으로 다른 오페라단이 사용한 세트를 재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완준 대구시립오페라단 감독은 "거액을 들여 제작한 각종 세트와 소품들이 단일 공연에만 사용된 뒤 폐기되고 있다"며 "앞으로 오페라단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서도 각종 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국립극장이나 예술의 전당의 경우 대형 창고를 마련,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오페라단이나 대학 등에 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과 함께 문화예술회관에 수장고는 전시장이나 공연장 못지 않게 중요한 공간. 따라서 대구문예회관 측은 지난해 수장고와 함께 시립국악단 연습실, 연극단 연습실을 짓기 위해 실시 설계(용역비 4천만원)까지 마쳤으나 올해 18억원 건설예산이 전액 삭감돼버렸다.
홍종흠 대구문예회관 관장은 "자원 재활용이나 예산 절감을 위해서도 소품창고 건립이 절실하다"며 "내년에라도 건립될 수 있도록 대구시에 적극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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