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入 교차지원 '制動'은 옳다

입력 2002-03-14 14:07:00

올해 대학 입시에서 대다수의 대학들이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거나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것은 백번 옳은 일이다. 교차지원 허용으로 인문.예능계 등 상대적으로 쉬운 계열의 수능시험을 본 뒤 이공계열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그 부작용과 폐해는 너무나 컸다.

다만 이번 발표는 사전 예고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예년보다 한 달 가량이나 늦잡쳐 새 학기가 시작된 뒤에야 나와 교차지원을 의식한 수험생들과 일선 학교에 혼란을 부른 점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올해 이.공계열을 모집하는 전국의 149개 대학 가운데 28개 대학이 교차지원을 전면 금지한다. 교차지원을 허용하더라도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지난해 3곳에서 무려 109곳으로 크게 늘어나고, 지난해 32개 대학이 교차지원을 허용했던 의.약학계열은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자연계열 학과.학부에 진학하려면 자연계열 수능을 보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사실상 교차지원에 따른 '편법'은 불가능하게 된 셈이다.

정부가 최근 논란을 빚어 온 이공계 기피 현상과 이에 따른 대학 수업의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차지원 축소를 대학들에 강력하게 권고한 결과겠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발표했어야 옳았다.

교차지원을 믿고 문과로 옮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물론 진학 지도에 혼선이 일어나 불만이 터져나오고,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아직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교차지원은 상위권 대학들이 먼저 고득점자 유치용으로 도입했고, 곧 선택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대학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자연계 학생들이 희생되고, 계열을 바꿔 진학한 학생들은 학업을 따라갈 수 없어 헤매는가 하면, 자연계열 붕괴 현상마저 심각해졌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국가의 발전은 창의력과 과학의 발전에 정비례하므로 이공계열을 살리기는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새 세대들에게 편법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주는 게 기성세대의 책무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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