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들라..파출소 문 걸다

입력 2002-03-14 12:11:00

"파출소도 문을 잠근다?"

24시간 내내 문을 열던 파출소가 최근 들어 새벽 시간대에 문을 잠그는 '엉뚱한 일'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총포사는 물론 군부대에서까지 생겨나는 총기 탈취 사건이 파출소에서 빚어지는일을 사전에 막기 위한것.

물론 파출소 안에서 지켜보다 민원인이 찾아오면 문을 열어 주지만 민원인들의 눈에는도둑을 쫓는 경찰이 오히려 도둑을 겁내는것 처럼 비춰져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파출소가 이처럼 새벽 시간대에 문을 걸어 잠그는것은 근무 교대 인력이 없어 파출소방호에 가장 취약한 시간대이기때문.

읍.면지역 파출소 상당수는 소장을 제외한 경찰관 6명이 2명씩 조를 짜 12시간 근무후 24시간을 쉬는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근무조 2명중 1명이 차량 순찰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파출소내 근무는 1명이 하는 셈이다. 이런 파출소는 경북도내 295개 파출소중 132개소로 45% 정도나 된다.

문제는 새벽 시간. 혼자서 사무실을 지켜야 하지만 화장실, 새벽 시간대의 졸음 등 생리적 현상까지 감당할 순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군 부대에서까지 총기를 탈취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빚어지자 결국 일부파출소는 더 큰 사고 예방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문 잠그는 방법까지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파출소엔 비번 근무자의 권총과 M16, 칼빈 등 소총 및 실탄을 보관중인데, 일부 경찰서는 안전을 위해 소총류는 이미 본서 무기고로 이동,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관은 "근무 교대 인력 충원이 안돼 파출소 조차 도난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그러나 혹시나 혼자 있다가 습격 당해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유발하는것 보단 문을 잠궈 예방하는게 더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경찰청 방범기획과 한 관계자는 "파출소 문을 잠그는 문제에 대해 어떤 지시가 있었던건 아니고,지역 실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해야 할 문제로 판단한다. 그러나 독일,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본적으로 파출소문을 잠그고,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3교대제 정착을 위해 최근 320명을 증원, 5명(소장 제외)이 근무하는 파출소에 이달중 우선 배치하고, 3년내 700여명을 추가 증원해 근무 교대 인력난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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