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양이구도' 깨어지나

입력 2002-03-14 00:00:00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양강(兩强)'구도가 흔들리면서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양이(兩李) 대세론'의 기반이 급속히 잠식되면서 여야후보간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이 총재가 민주당 노무현 고문에게 간발의 차이로 뒤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문화일보와 SBS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인 '테일러 넬슨 소프레스(TNS)'에 의뢰, 13일 공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총재와 노무현 고문이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노 고문이 41.7%를 얻어 40.6%를 얻은 이 총재에게 1.1%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여야의 대선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이 총재가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여기에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 의원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지지도를 나타내고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월드컵 이후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뛰어들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같은 추세는 우선 순탄한 대선 가도를 질주해온 이회창 총재가 최근들어 '호화빌라' 파문으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입어 지지도 역전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또 박근혜 의원의 탈당과 신당창당 움직임, 비주류 중진들의 이탈설 등 잇단 당내분 사태로 지지기반이 잠식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최근 금품살포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주말 실시된 제주.울산 경선에서 선두로 나선 노무현 후보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특히 노무현 후보는 영남권을 급속히 잠식하고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이 총재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남권의 지지성향과 관련, 한나라당은 이 총재에 대한 영남권 지지는 확고부동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무현 후보측은 영남출신의 자신이 후보로 확정되면 '반(反) DJ 정서'에 편승한 영남권 민심 기류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이런 흐름이 향후 당내 경선 과정에서 굳어질 경우 민주당 후보구도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이(兩李) 대세론'에 대한 제동으로 올 대선 판도는 향후 정국전개 추이에 따라 예측불허의 혼전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다.

최신 기사